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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폭싹' 광례로 굳혀질까 걱정"…'내 이름은' 염혜란, 우려는 기우일뿐(종합)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온몸으로 역사를 담은 배우 염혜란(50)의 살풀이가 스크린을 통해 장엄하게 펼쳐진다.

휴먼 영화 '내 이름은'(정지영 감독,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작)에서 1949년의 지워진 기억을 추적하는 어머니 정순을 연기한 염혜란.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내 이름은'의 출연 과정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털어놨다.

'내 이름은'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버리고 싶은 18세 소년과 그 이름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어멍(어머니), 그리고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 그날의 약속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세대 공감 미스터리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제주 4.3 사건을 대중 상업 영화 화법으로 정면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내 이름은'은 지난 2월 열린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특히 '내 이름은'은 '더 글로리' '마스크걸' '폭싹 속았수다' 등 굵직한 화제작에서 한계 없는 변신을 거듭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염혜란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염혜란은 아들과 친구처럼 다정하게 교감하면서도 남모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무용 교사 정순으로 변신, 1949년 제주의 비극을 온몸으로 통과한 주인공의 섬세한 내면 연기는 물론 파격적인 백발 분장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이날 염혜란은 "2023년 개봉작 '소년들'로 정지영 감독을 만났다. 당시 워낙 짧게 작업해서 정 감독과는 길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정 감독이 '내 이름은'이라는 이야기를 준비한다고 해서 참여하겠다고 했다. 정 감독이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숙명처럼 느껴지더라. 심지어 '아직 이런 소재의 영화를 안 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 문학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과거의 고통에 짓눌리는 게 아니라 서정성을 같이 가지고 있어서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감독은 이 영화가 작가 주의적 성향이 많이 들어간 독립 영화가 아니라 많은 대중이 볼 수 있는 대중 영화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제주 이야기는 제주 사람들이 만들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바로 옆 집이 가해자이고 또 피해자이기도 하다. 군인과 경찰의 집이기도 해서 처음 이 영화를 준비할 때 예민한 문제가 많았다고 하더라. 나 또한 형상화하는 사람이고 표현해야 하는 배우로서 혹시라도 정치적인 색깔로 입혀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비되는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정지영 감독과 두터운 신뢰를 쌓은ㅇ 염혜란은 "정 감독은 정말 용감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가리고 피해가려고 하는데 정 감독은 무조건 정면 대응이다. 굉장히 용감하게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다. '소년들' 때도 '이런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있다는 게 크고 든든한 방패구나' 싶은 순간이 많았다. 정 감독과 같은 감독이 있다는 게 정말 귀하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정 감독이 지금까지 안 했던 부분을 나의 온기로 채우길 바라기도 했다. 정 감독이 MBTI T라면 내가 F가 되려고 했다. 정 감독이 지금까지 한 작품과 달라서 어떤 관객은 싫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좋기도 할 수 있다. 나와 정 감독이 만나 시너지가 나오면 좋겠다 싶었다"고 존경심을 밝혔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영화 속 한국 무용을 소화한 것 또한 쉽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다. 염혜란은 "춤은 매력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내 몸이 한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지난달 개봉한 '매드 댄스 오피스'(조현진 감독)에서 플라밍고를 추고 이번 작품에서 한국 무용을 접하게 되었는데 내게 정말 귀한 경험이었고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몸이 힘들긴 했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재미있었다. 물론 화가 났던 순간도 있었다. '내 이름은' 마지막 장면을 표현할 때 정 감독이 '마음 가는 대로 춰'라고 했는데 그때 어떻게 추라는 것인지 정말 어렵더라. 마음대로 추는 게 가장 어렵지 않나?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정 감독이 말하는 게 어떤 포인트였는지 알 것 같더라"고 말했다.

'내 이름은'의 백미로 불리는 엔딩의 보리밭 살풀이 춤에 대해서도 "너무 슬픈 장면이긴 한데 슬픔으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았고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며 울먹여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정서를 표현하려고 하지 말고 그 상황에 놓으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춤을 췄던 것 같다. '미안하다'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등 이야기를 하면서 동작을 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탓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할 장면이었다. 실제로 이 장면을 굉장히 오래 찍었다. 노을이 지고 바람이 불어야 했고 또 한라산이 보여야 하는 그런 조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장면만 정말 많이 찍었다. 다 찍고 나서도 정 감독이 여름에 한 번 더 가자고 할 정도였다. 우리가 촬영 했던 것과 달리 여러 가지 생략돼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 장면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방향을 더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제주 어멍 광례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염혜란은 '내 이름은'을 통해 다시 한번 제주 어멍을 소화한 것에 대해서도 "항상 부담스럽긴 한다. 광례 캐릭터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나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굳어지는 부분이 있지 않나? 나는 앞으로 악역도 할텐데 그럴 때도 응원을 받을 수 있을까 부담감이 크다. 그래도 큰 응원을 받고 지지를 받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떤 것보다 큰 재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서울 한 영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민 165명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대통령과 영화 봅니다' 행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염혜란은 "이 대통령에게 할 질문은 생각도 못 해봤다. 만나면 인사나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대통령과 영화를 같이 보면 나 뿐만 아니라 곤객도 다 불편해하지 않을까란 걱정도 든다. 여러모로 큰일 났다"고 긴장한 모습을 보여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내 이름은'은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 등이 출연했고,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소년들'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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