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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조진웅 은퇴→故안성기 부재 착잡"…'내 이름은' 정지영, 현역 최고령 감독의 무게(종합)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현역 최고령 영화 연출가 정지영(80) 감독의 꺼지지 않는 열정이 다시 한번 타오른다.

휴먼 영화 '내 이름은'(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작)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내 이름은'의 연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 주인공 염혜란의 캐스팅까지 모두 털어놨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버리고 싶은 18세 소년과 그 이름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어멍, 그리고 이름 뒤에 숨겨진 50년 전 그날의 약속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내 이름은'은 제주 4.3 사건을 대중 상업 영화 화법으로 정면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다. 이러한 '내 이름은'은 지난 2월 열린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아 전 세계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내 이름은'은 1946년생으로 올해 만 80세, 현역 한국 영화 감독 중 최고령 연출자인 정지영 감독의 17번째 장편 영화로도 관심받았다. 2012년 개봉작 '부러진 화살', 2019년 개봉작 '블랙머니' 등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던 거장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내 이름은'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뒤에 묻혀 있던 1949년의 아픈 기억을 조명, 과거의 참상을 평면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1948년 비극이 태동하던 그해 봄 정순(염혜란)의 트라우마부터 촌스러운 이름이 콤플렉스였던 정순의 18세 아들 영옥(신우빈), 그리고 긴 세월을 지나 어른이 된 영옥의 현재까지 총 3개의 타임라인을 스크린 위에 치밀하게 직조해 눈길을 끈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이날 정지영 감독은 "제주 도민은 4.3 사건을 많이 알고 있는데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이 사건을 더 모르는 것 같다. 교과서에서도 나오긴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듯이 아주 일부분만 다뤄진다"며 "그래서 나는 4.3 사건 영화로 만들기 보다는 4.3 사건을 찾아가는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 4.3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가 알아야 할 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이름은'은 극복, 회복의 영화인 것 같다"고 정의했다.

그는 "이 영화는 벌써 만들어져야 했던 영화다. 그동안 이 영화를 못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 할 줄 알았다. 막??게 내가 4.3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들게 되면 이데올로기, 분단 문제를 다뤄야 했다. 이미 전작에서 다뤘기 때문에 다른 소재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일까 고민은 됐다. 그래서 다른 감독이 이 영화를 해주길 바랐지만 다들 준비는 많이 했지만 결국 제작되지 못했다고 하더라. 누군가 투자를 안 해줘서 만들지 못했다고 하더라"며 "그러다가 4.3 평화재단에서 공모한 당선작이 내게 왔는데, 처음엔 별로 마음에 안 들더라. 그래도 아이디어는 좋아서 각색 제안을 받고 결국 '내 이름은' 영화를 내가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 이름은'은 9778명에 달하는 시민과 제주 도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역대 극영화 중 최고 펀딩으로 만든 작품으로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정지영 감독은 "'내 이름은'은 내가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들여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 아니라서 이 작품을 꺼내면서도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베를린영화제에서 과분한 평가를 받아 안도했다. 외신들의 리뷰를 보면서 이 영화를 '참 좋게 봐주는구나' 싶었다. 우리 영화에 지원해 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면은 선 것 같다"고 고백했다.

현역 최고령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영화 감독은 안타깝게도 관객이 불러줘야 계속 할 수 있다. 물론 뛰어난 비지니스 맨이라면 영화가 흥행하지 않더라도 또 차기작을 만들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감독은 적어도 비지니스 맨이 아니다. 나도 이제 나이가 있지 않나?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내가 하고자 하는 테마가 여전히 관객에게 유용할까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관객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예술가는 관객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관객들이 너무 낯설어 위화감을 느끼면 나는 접는다. 그런 이유로 '내 이름은'은 지극히 대중 영화다"며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행운아다. 실제로 내 또래 동료 감독들이 영화 준비를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나와 같이 영화를 했던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나는 잘 엮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이 나보다 노력을 안 하나 싶기도 한다. 일례로 나는 '내 이름은'을 만들기 위해 구걸도 하지 않았나? 다시 생각해도 나는 그런 의미로 행운아인 것 같다. 지금은 다음 작품도 준비를 하고 있다. 차기작은 대작인데 이 역시 투자자가 나서줘야 한다. 이번 작품이 흥행을 한다면 다음 작품을 쉽게 투자를 받지 않을까 기대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2023년 개봉작 '소년들' 이후 염혜란과 다시 만난 정지영 감독은 "염혜란과 '소년들' 때 잠시 호흡을 맞춰 봤지만 그 때 그의 연기에 반했다. 리얼하면서 감칠맛 나는 연기다. 큰 역할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마침 간접적으로 다음 작품도 나와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어 바로 캐스팅하게 됐다.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아직 안 나왔을 때였는데 그럼에도 염혜란이 딱 제주 여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염혜란이 보여주지 않았던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애정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내 이름은'은 개봉일인 오는 15일 서울 한 영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민 165명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대통령과 영화 봅니다' 행사를 기획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직접 개인 계정을 통해 "'내 이름은'은 제주 4·3의 비극을 겪고 기억을 잃은 채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치유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하는 등 영화를 향한 지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내가 직접 행사를 기획하거나 섭외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어쩌다 보니 영화를 보게 됐다"며 "이 영화에 대한 것보다 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준비했다. 그건 내일(15일) 영화 상영이 끝나고 이 대통령에게 직접 할 생각이다"고 웃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 의 언론시사회가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석궁 사건'을 둘러싼 두 얼굴의 사법부와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법정 실화극으로 국민배우 안성기의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정지영 감독과 주연배우 안성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1.12.19/
영화 '부러진 화살' 의 언론시사회가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석궁 사건'을 둘러싼 두 얼굴의 사법부와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법정 실화극으로 국민배우 안성기의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정지영 감독과 주연배우 안성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1.12.19/
정지영 감독과 배우 조진웅, 이하늬가 28일 용산 CGV에서 열 영화 '블랙머니'의 언론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는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범죄 실화극이다용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8/
정지영 감독과 배우 조진웅, 이하늬가 28일 용산 CGV에서 열 영화 '블랙머니'의 언론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는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범죄 실화극이다용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8/

정지영 감독은 1990년 개봉작 '남부군', 1992년 개봉작 '하얀전쟁', 2011년 개봉작 '부러진 화살'까지 호흡을 맞췄던 고(故) 안성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정지영 감독은 "정말 안타깝다. 안성기는 죽을 때까지 영화를 하고자 했던 연기자다. 평생 연기를 천직으로 생각한 사람이었는데, 아프면서 일을 못하게 되지 않았나. 모든 영화인이 안성기가 빨리 회복되길 바랐다. 사실 영화계에서 이런 명품 노역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정말 필요한 배우였다"며 "특히 나와는 '남부군' '하얀전쟁' '부러진 화살' 세 작품을 같이 했다. 모두 정치 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인데 안성기가 출연을 하면서 세 작품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안성기는 상당히 정치하고 거리가 먼 사람인데 나와 한 것부터 시작해서 특별하다. 안타깝게도 내가 외국에 있을 때 세상을 떠나서 그의 장례식도 못 갔다.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그의 묘소를 찾았는데 착잡하더라"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2019년 개봉작인 '블랙머니'에서 호흡을 맞춘 조진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조진웅은 지난해 12월 과거 소년범 전력과 성인이 된 이후 폭행, 음주운전 전과 등이 연이어 폭로돼 충격을 안겼다. 미성년 시절 특가법상 강도강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고 소년원에 송치된 이력이 남아있던 것. 성인이 된 이후에도 폭행 사건과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조진웅은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다"며 성폭행 의혹을 제외한 상당 부분을 사실상 인정했고 이후 배우 생홀 은퇴를 선언했다.

정지영 감독은 "나 역시 당시 보도를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사건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렇게 바로 은퇴까지 생각을 할 줄 몰랐다. 나는 조진웅이 반성의 뜻으로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기를 가질 줄 알았는데, 곧바로 은퇴 선언까지 할 줄 몰랐다"며 "논란 이후 전화를 했다. 만나서 점심이라도 한끼 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아직 아니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을 때가 아니다'라며 거절하더라"고 조심스러운 상황을 털어놨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사진=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

'내 이름은'은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 등이 출연했고,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소년들'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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