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영끌' 건물주 하정우의 희로애락이 씁쓸한 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오한기 극본, 임필성 연출, 이하 '건물주') 최종회에서는 기수종(하정우)이 재개발 전쟁의 승리자로 생존해 부를 거머쥐었지만, 짜릿함보다는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아 쓸쓸함을 느끼는 모습이 그려졌다. 욕망에 잠식돼 흑화한 기수종은 깨끗해질 수 없었고,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더라도 인간의 욕망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최종회에서는 재개발 사업에 걸림돌이 될 김선(임수정)과 전이경(정수정)을 제거하려는 요나(심은경)의 살벌한 행보가 긴장감을 유발했다. 기수종은 김선을 지키기 위해 경찰과 함정을 팠다. 요나에게 김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고, 현장에서 체포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요나는 김선이 아닌 전이경을 죽이러 갔다. 기수종은 뒤늦게 구하러 달려갔고, 죽음의 위기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요나의 그림자 장의사(이신기)가 총구를 돌려 요나를 살해한 것이다.
그렇게 마무리된 사건은 사실 기수종의 계획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반전을 안겼다. 기수종은 요나를 죽이는 뒤통수를 치면서, 모두를 지키고 재개발 지분까지 모두 자신이 거머쥐는 큰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시간이 지난 뒤, 기수종은 3층짜리 낡은 세윤빌딩과는 비교도 안 될 수백억짜리 누보시티의 건물주가 되어 있었다. 흙수저에서 시작해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건물주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지만, 기수종은 미국으로 유학 간 딸과 아내 없이 쓸쓸한 생일을 맞았다. 건물의 규모만 커졌을 뿐, 여전히 대출금 독촉에 시달리는 현실도 변하지 않았다. 김선은 이혼 서류장을 전달했고, 전이경은 엄마와 남편 없이 아이를 낳고 살아갔다.
이러한 기수종에게 이상한 문자가 도착하면서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누보시티와 건물들 관련 경매 절차를 알리는 문자였다. 리얼캐피탈을 인수 합병한 투자회사 골드러시 인베스트먼트의 직원(주지훈)은 기수종을 납치해 "건물주 님, 우리 비즈니스 이야기 좀 할까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한 번 선을 넘은 기수종의 답은 "얼마든지" 였다. 1회 세윤빌딩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당황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표정과 눈빛이었다. 건물을 지켜야 하는 기수종의 생존극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며 씁쓸함을 자아냈다.
'건물주'는 이전에 보지 못한 캐릭터 구성과 스토리 전개로 독보적인 장르물의 색깔을 빚어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대가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으로 확장됐고, 전형적인 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변모할 수 있는지를 그려갔다. 그로 인해 매회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했다.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넘나드는 연출과 독창적인 극본은 '건물주'만의 색다른 장르적 매력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하정우, 임수정, 김준한, 정수정, 심은경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배우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욕망에 따라 흑화하고 변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흡인력 높은 연기로 완성했다. 매 장면을 압도하는 배우들의 활약은 "연기 고수들의 미친 연기 칼춤"이라는 감상평을 이끌어냈다. 주연들뿐만 아니라 전양자 역의 김금순, 오동기 역의 현봉식, 장의사 역의 이신기, 남보좌관 역의 박성일 등 조연들의 살벌한 연기 열전도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가족을 위해,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누구보다 잘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건물주'라는 타이틀을 좇은 기수종의 처절한 사투는 그가 한 선택의 대가를 다시금 되짚게 하는 결말로 여운을 남겼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