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 시절 모두의 심장을 뜨겁게 달군 '짱구'가 배우이자 감독 정우(45)의 손을 통해 다시 돌아왔다.
휴먼 영화 '짱구'(정우·오성호 감독, 팬엔터테인먼트·영화사 두중 제작)의 연출 및 배우가 되고 싶은 부산촌놈 정국(짱구) 역을 연기한 정우. 그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짱구'를 연출하게 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을 털어놨다.
'짱구'는 매번 꺾이고 좌절해도 배우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버티고 일어서는 오디션 천재 짱구의 유쾌하고 뜨거운 도전을 담은 작품이다.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한복판으로 나온 20대 짱구의 생존기를 그렸다. 남성 관객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며 '비공식 1000만'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2009년 개봉작 '바람'(이성한 감독)의 17년 만에 제작된 후속편이다.
특히 '짱구'는 정우가 각본과 연출, 주연까지 맡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없이 떨어졌던 오디션, 서울에서의 막막했던 시간, 친구들과 사랑을 통해 버텨낸 순간들 등 정우의 실제 경험담을 녹여낸 스토리를 담았다. 그는 첫 연출작인 '짱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 속 모든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며 작품의 톤과 정서를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정우는 "17년 전 '바람'이라는 영화 원안을 내가 썼는데, 그 다음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이후에 조금씩 에피소드를 적어뒀다. 그리고 한참 덮어뒀는데, 어느 순간 제작이 가시화됐다. 제작이 들어가면서 각색도 6번 정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연출도 생각을 못했는데,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먼저 연출을 제안해줬다. 처음에는 연출 제안에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았고 부담스러워서 고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짱구' 캐릭터의 성격, 장소, 신의 분위기 등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옮겼는데 게다가 내가 주연으로서 참여하게 되면서 모든 부분을 알고 있지 않나? 전체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지점에서 연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메가폰을 잡게 됐다"며 "어떻게 보면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기를 하면서 단편 영화 정도 연출을 해보면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이렇게 '짱구'로 연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이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데이빗 프랭클 감독)도 후속편을 만들기까지 20년 걸리지 않았나? '짱구'는 나의 개인적인 진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내가 왜 지금 이 시기에 만들었을까' '17년 후인 이 타이밍에 이 작품을 하게 됐을까' 싶다. 이 작품이 얼마나 흥행을 하게 될지,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조금 지나보면 이 영화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공식 1000만'이라는 팬들의 애정 어린 반응도 감사하다. 어릴 때 본 짱구가 관객들과 같이 세월을 함께 가는 것 같다. 함께 늙어간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세월을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팬들도 더 응원을 해주는 것 같다. 누구나 겪는 청춘의 이야기라 계속 관객 층이 쌓여가는 작품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연출 도전에 나선 정우는 "처음에는 정말 엄두가 안 났다. 연출은 멀리 있는 큰 어떤 지점을 다가가기 보다는 내 앞에 있는 작은 허들부터 뛰어 넘으면서 큰 산을 마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촬영, 스토리, 연출 등을 생각했다면 끝까지 엄두를 안 났을 것이다. 내가 쓴 시나리오로 스태프들을 구성하고 그들에게 신을 설명,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거쳐 촬영을 하니까 현장에서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엔 공동 연출자로 나선 오성호 감독도 큰 힘이 된 것 같다. 오성호 감독 존재 자체가 8할 이상이었다.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 정말 감사했고 크게 의지를 했다. '짱구'의 큰 줄기는 내가 썼고 오성호 감독과는 이야기 소통에 집중했다. 또 내가 연기를 하면 섬세하고 디테일한 것은 오성호 감독이 많이 잡아줬다. 처음 연출을 도전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역시 사람을 대하는 것이더라. 다 아우러야 하고 공감해야 할 위치에 대한 무게감을 느낀 순간이다"고 설명했다.
20대 설정인 짱구를 연기한 정우의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그는 "일단 나와 나이 차가 많은 어린 신승호와 조범규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지만 나이는 극복을 못했다. 20대 설정인 짱구에 대해 관객도 영화적으로 허용해주고 이해해주는 것 같다. 사실 '바람' 때도 비주얼이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생각해주고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고백해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짱구'는 '바람2'라고 볼 수 없다. 나 역시 '짱구'가 '바람2'라고 말 한 적은 없다. '바람'의 짱구가 '짱구'에서도 나오니까 대중이 '바람2'라고 생각을 해주는 것 같다. 정확하게는 '바람' 그 이후의 이야기이고 시리즈를 만들려고 한 작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정우의 아내인 김유미가 '짱구' 기획에 직접 참여, 제작 초기 단계부터 스토리와 제작 방향을 직접 설계하며 영화 전반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현장에서도 작품의 균형과 흐름을 조율하며 남편 정우의 첫 장편 연출 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했다.
이에 정우는 "처음 '짱구'에 대한 에피소드를 유미 씨에게 연기로 보여줬는데, 내 생각보다 더 재미있어 했다. 그게 '짱구'가 연출할 수 있었던 시발점이 됐다. 유미 씨에게 참 감사하다. 유미 씨는 기획자라고 되어있지만 크리에이터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참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현장에서 내가 잘못 된 길을 가고 있으면 다들 선뜻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유미 씨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해줬다. 유미 씨는 나보다 체계적으로 공부를 한 사람이고 실제로도 내겐 선배였다.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주는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도 너무 힘이 됐고 너무 의지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 감독이 의견을 주면 '이게 맞을까?' 싶은 순간이 있지 않나? 우리 현장은 특히 나도 연출을 해야 했고 공동 연출로 오성호 감독도, 기획자인 유미 씨도 있었다. 주연 배우가 감독과 다른 방향으로 연기할 때가 있는데 감독이 배우에게 설득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현장은 따로 배우에게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연출이자 주연이었기 때문에 오성호 감독이나 유미 씨가 다른 방향으로 디렉션을 주면 그대로 다 찍었다. 나만 '오케이' 하면 다 정리되니까 굳이 내 고집 피워가면서 할 필요 없었다. 물론 나도 과거에 감독의 디렉션이 이해가지 않아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과정이 없어 편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우는 "'짱구'는 흥행 욕심에 대한 생각보다 과정에 대해 생각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 과정이 얼마만큼 값지고 행복했느냐 생각하게 됐는데 지금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 보다 더 앞선 것은 감사다. 흥행은 관객의 선택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들 전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을 즐기고 싶다. '짱구'가 잘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떻게 매 번 잘 되겠느냐. 나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정말 잘 될 때도 있었고 다른 작품으로 안 될 때도 있다. 여러 일을 겪다 보니 지금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여정을 가고 싶고 그게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짱구'는 정우, 정수정, 신승호, 현봉식, 조범규, 권소현 등이 출연했고 정우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