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난 배우 이홍내(36)가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했다.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최룡 극본, 조남형 연출)에서 전역을 앞둔 강림소초의 취사병 병장 윤동현을 연기한 이홍내. 그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 쏟은 열정과 애정을 털어놨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이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제이로빈 작가의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원작 웹툰이 밀리터리와 게임 시스템(태그창)을 결합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실사화 또한 코믹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요리왕 비룡 군대 실사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티빙 내에서 상위권 시청 순위를 이어간 것은 물론 tvN에서 동시 방영된 역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손만 대만 음식 맛이 떨어지는, 이른바 '마이너스의 손'이자 지옥의 요리를 해내는 취사병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후임들을 챙기는 따뜻한 속내를 지닌 말년 병장 윤동현을 연기한 이홍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무심한 말투 속에 진심을 녹여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한 표정 변화와 리액션까지,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능청스럽고 유쾌한 모습과 진중하고 묵직한 감정선을 자유롭게 오가며 윤동현이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 전설의 취사병이 된 후임 강성재(박지훈)와 함께 과장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연기와 디테일한 표현으로 시청자의 호감을 얻었다.
이날 이홍내는 "마지막 방송에서 윤동현이 전역을 하는데 부대원들에게 '고마웠다' 이야기를 하고 떠난다. 마지막 방송을 보고 그날 밤 기분 좋게 잠을 설쳤다. 실제 군대 전역하는 기분이었다. 전역을 해서 좋기도 하지만 그립기도 하고 시원섭섭하더라. 실제 전역하는 것처럼 시원섭섭함을 느꼈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방송 내내 행복하게 보냈다"고 밝혔다.
2011년 강원도 고성 지역의 8군단 포병부대에 입대해 2013년 만기 전역한 이홍내는 "군대 꿈을 악몽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아니다. 광탈하긴 했지만 사실 공군 사관학교 시험을 볼 정도로 군대에 진심이었다. 외가 친척 중에서 군인이 있기도 하고 군 생활 중 내게 잘 맞는 것 같아 직업 군인으로 전향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군 입대는 배우 생활이라는 말이 거창할 정도로 서울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부름을 받아 갔다. 배우 지망생으로 있다가 군인이 되니까 월세도 안 내도 되고 밥도 꼬박꼬박 줘서 너무 좋더라. 그럼에도 전역을 결심한 이유는 계속 연기라는 존재가 나를 부르더라. 연기가 나한테 계속 '아쉽지 않니?'라며 말을 걸더라. 그래서 전역해 배우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고 웃었다.
헬스 중독자 윤동현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도 "전작 때문에 다이어트를 많이 한 상태였는데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들어가게 됐다.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식단을 짰다. 윤동현은 대본이 너무 명확하게 나와 있었다. 음식의 맛보다는 단백질을 추구하는 캐릭터고 요리 보다 몸 키우기가 더 우선인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만들면서 9kg 증량했는데 그래도 아쉽더라. 준비 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최선이었다. 조금 더 웅장한 느낌의 몸이었으면 좀 더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개인적인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고 말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게 된 소회도 특별했다. 앞서 이홍내는 2020년 방송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지청신 역으로 얼굴을 알린 바, 이후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랑을 받게 됐다. 이홍내는 "윤동현을 통해 느낀 게 정말 많다. 정말 필사적으로 준비했던 작품이다. 나라는 배우는 거칠고 반항아적인, 또 무섭고 양아치스러운 느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윤동현이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시청자가 접하는데 거리감이 있으면 어쩌나 싶었고 솔직히 '경이로운 소문' 빌런 이미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걱정 때문에 조남형 감독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촬영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던 지점이다. 전에 보여준 색깔이 혹여나 윤동현에 나올까 조심한 부분도 있다. 그런 내 우려를 조남형 감독이 많이 도와줬다. 실제로 조남형 감독이 나보다 연기를 잘하기도 했고 시범도 많이 보여줬다. 그러면서 윤동현이라는 캐릭터가 내 것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윤동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확실히 전작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다. 조남형 감독도 나를 캐스팅했을 때 도전이었을 것이다. 나의 귀여움을 발견해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 스스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그동안 내 작품을 보고 누군가가 귀엽다고 해준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귀엽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경상도 분들이라 무뚝뚝한 부모님까지도 나를 보면서 사랑스럽다고 이야기를 해준 역할은 처음이다. 솔직히 그동안은 부모님이 늘 걱정 아닌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못된 역할로 나오니까 엄마는 '너 상대 배우에게 사과했니?'라는 이야기를 왕왕할 정도였다. 또 얼마전에 친척이 다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너무 신기했던게 사촌부터 나이 많은 이모까지 다같이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봐주고 있더라. 공통되게 '홍내 참 귀엽다'라는 칭찬을 해줘서 놀랐다. 인생에서 '러블리하다'라는 말은 난생 처음인 셈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성재 역의 박지훈과 케미가 대단했던 이홍내는 "이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윤동현이라는 캐릭터의 가장 중요한 모습은 강성재와 만남, 그리고 그 만남 이후 어떤 변화를 겪는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강성재가 취사병이 되는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이자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촬영에 들어갔다. 박지훈이 연기를 잘할 수 있게 '내가 많이 도와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돌입했는데 실상은 그 반대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오히려 박지훈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윤동현이라는 캐릭터는 행동이 조금 과장되어 있고 코믹한 부분들이 있어서 자칫 좀 과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지 않게 시청자를 설득한 것은 강성재 박지훈 덕분이었다. 강성재의 섬세한 연기 덕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박지훈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모든 배우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나 싶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했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 나름 박지훈에게 도움을 주려고 고민 많이 하고 애를 썼는데, 겸손하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박지훈에게 내가 도움을 못 준 것 같다. 박지훈이라는 친구는 올곧이 서 있는 대나무 같은 친구다. 혹시나 박지훈에게 이런 나의 진심을 전할 수 있다면 '덕분에 윤동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며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미각보이즈(강하경, 임지호, 이상준, 임지호, 강준규)에 대한 감탄도 이어졌다. 그는 "나는 아이돌미가 전혀 없는데, 미각보이즈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방송을 볼 때 박수 치면서 봤다. 다들 절도도 있으면서 정확한 포인트를 살리더라. 그런 아이돌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다들 너무 잘했다"며 "나도 '담백동현'으로 합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담백동현'으로 미각보이즈와 함께 어울리고 싶기도 하지만 결과를 봤을 때 나 혼자 삐거덕 할 게 뻔해 마음만 가지려고 한다. 참 대단하다고 느꼈고 박수쳐주고 싶고 한편으로는 나도 하고 싶었고 하지만 안 하는 게 다행이다. 이상이도 같이 촬영하면서 느낀 지점이 진짜 다재다능하다는 것이다. 노래도 너무 잘하고 춤도 잘 춘다. 같이 있으면 분위기 자체가 밝아진다. 상이가 있었기 때문에 또 미각보이즈 장면이 살아난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내가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는 황석호라는 캐릭터가 지금 나온 것보다 사랑스러움이 덜 했다. 그런데 이상이가 했기 때문에 밉지만 사랑스럽게 된 것 같다. 이상이라는 사람이 가진 힘이 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었고 그래서 미각보이즈도 잘 나온 것 같다"고 감탄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취랄 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5회에서 공개된 윤경호와 라미란의 뮤직비디오를 최애로 꼽은 이홍내는 "내가 만든 음식을 윤경호 선배가 먹고 또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뮤직비디오 세계로 들어가는데 라미란이란 특별한 존재가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음을 못 참아 온몸에 힘을 주며 버틴 장면이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윤경호 선배, 라미란 선배 연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직관하는 영광을 가졌다. 정말 이런 것이 특별출연의 좋은 예이며 정말 특별한 배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윤경호 선배가 라미란 선배와 입맞춤을 하기 전 '오메, 이게 뭐여' 하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 라미란 선배 얼굴에서 최지우를 발견했다. 윤경호 선배와 라미란 선배의 뜨거운 로맨스 1호 팬으로서 다시 보고 싶다"고 답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시즌2에 대한 시청자의 염원에 "윤동현 병장은 아쉽게도 전역을 해버렸다. 물론 전역을 하더라도 잠시 쉬고 하사로 다시 입대하는 분도 있다고 하더라. 시즌2는 엄청 사랑 받아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시즌2 여부가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이 작품의 팬으로서 보고 싶다. 강성재라는 인물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지 않나? 아직 강성재는 전설이 되는 과정인 것 같다. 또 혹시나 윤동현이 시즌2에서는 사회에 나가 식당을 차릴 수도 있고 다른 모습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시즌2 불러준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다. 나는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마지막으로 이홍내는 "내가 연기를 계속 하면서 느낀 것은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행위가 불안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이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걱정도 있다. 긴 터널을 지나는, 끝이 안보이는 과정에서 '취사병 전설이 되다'라는 작품을 통해 안정적인 길이 늘 정답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불안하지만 새로운 길, 그리고 도전을 계속 하라는 자신감을 준 작품인 것 같다. 또 요즘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라는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성재를 성장시켜야 하는데 내가 성장한 것 같다"고 머쓱게 웃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박지훈, 윤경호, 한동희, 이홍내, 이상이 등이 출연했고 '이사장님은 9등급' '나의 X같은 스무살' '독고빈은 업뎃중'의 최룡 작가가 극본을, '우월한 하루'의 조남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