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배우 채서안이 '멋진 신세계'를 통해 또 한 번 얼굴을 각인시켰다. '폭싹 속았수다' 학씨부인, '21세기 대군부인' 한다영을 지나 이번에는 로맨스의 판을 흔드는 재벌 3세 모태희로 변신했다.
지난 21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 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임지연)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의 일촉즉발 전쟁 같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채서안은 모창그룹 3세 모태희 역을 맡아 신서리와 차세계의 로맨스를 뒤흔드는 '빌런 메기'로 맹활약했다.
여전히 종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초여름의 어느 날, 채서안이 서울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을 찾았다. 화면 속 날 선 재벌가 규수의 모습은 지워낸 채, 싱그러운 미소와 영리한 어조로 인터뷰에 임한 채서안은 가장 먼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드라마를 시청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대선배님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 저에게 뜻깊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죠."
그러면서 처음 드라마 대본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채서안에게 모태희라는 캐릭터는 설렘과 동시에 커다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소속사 이사로부터 "5회부터 등장하지만 굉장히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펼쳤으나,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재벌가 자제'라는 높은 계급과 수많은 사람을 기로 눌러야 하는 역할이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
"미팅 때 감독님과 작가님께 '제 어떤 모습을 보고 불러주셨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봤어요. 다행히 전작의 '학씨 부인'을 좋게 봐주셨더라고요. 제 중저음 보이스와 우아함,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면의 모습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죠. 저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서 보여드리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캐릭터 분석 과정에서 채서안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서사'까지 치밀하게 연구했다. 극 중 모태희가 차세계에게 비정상적일 만큼 강한 집착과 쟁취욕을 보이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태희에게는 7살 때 세계와 함께 식사했던 기억이 있어요. 시청자분들은 태희를 보고 '얼빠(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라고 장난스레 부르시기도 했지만(웃음), 저는 그 감정의 본질이 '흥미'였다고 생각해요. 사교계 모임에서 자란 태희가 '이 오빠, 나 기억하려나?' 하는 마음으로 다가간 거죠. 세계가 냉정하게 돌아설 때 태희가 한숨을 쉬는 장면이 있어요. '나는 기억하는데, 이 사람은 날 전혀 기억 못 하는구나' 하는 씁쓸함이 있어요. 그리고 자존심 강한 재벌 3세가 첫사랑 앞에서는 7살 어린아이처럼 저자세가 되어버리는 순간들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빌런인 만큼 시청자들의 미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하지만 채서안은 오히려 그 반사 장치 역할을 훌륭히 즐겼다.
"평소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즐겨 봐요. 출연자들이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져 사랑을 키워갈 때, 그 사이에 끼어들어 직진하는 출연자가 있으면 시청자 입장에서 '저 친구 되게 여우다'라며 밉게 보게 되잖아요. 드라마도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세계와 서리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걸림돌인 만큼, 시청자들이 태희를 밉게 보는 건 당연한 결과였죠. 오히려 인터넷에 '태희 왜 저래?'라는 댓글이 달릴 때마다 남몰래 기분이 좋았어요. 그만큼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무엇보다 '폭싹 속았수다', '21세기 대군부인', '멋진 신세계'까지, 채서안은 흥행작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며 '믿고 보는 신예'로 우뚝 섰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들뜨기보다 담담함으로 중심을 잡고 있었다.
"인기는 SNS 댓글을 볼 때 아주 조금 실감해요. 사실 신인 배우들은 작품의 흥행을 미리 점치기보다 '이 작품 안에서 내가 어떤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고민하거든요. 다행히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인물들을 만났고, 작품까지 연달아 큰 사랑을 받아서 그저 엄청난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캐릭터도, 보여주고 싶은 얼굴도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배우 채서안. 눈빛에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굶주림이 가득했다.
"기회가 된다면 겉보기엔 우아한 재벌집 딸이지만 내면에는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숨기고 있는 캐릭터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예외적인 독특한 인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늘 신선한 자극을 드리는 배우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