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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근호(27·울산)가 K-리그로 돌아왔다. 2009년 일본으로 떠난 지 3년만의 금의환향이다. 금빛으로 물들인 머리가 반짝반짝 빛났다. 지난 시즌 J-리그에서 15골 1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군대 문제와 축구 인생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잘하고 있을 때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내로라하는 빅클럽의 러브콜과 쏟아지는 설 속에 선택한 종착지는 울산 현대였다. 10일 3년 계약을 맺고, 11일 오후 울산의 전지훈련지인 괌으로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다. 꼬마 팬들이 "'1박2일'에 나오는 축구선수 형"이라며 연신 힐끔거렸다. 그러고 보면 이근호는 파란만장한 축구 역정에도 불구하고 '예능 캐릭터'처럼 늘 웃는 얼굴이다. "귀가 얇아서, 웃는 게 예쁘다기에…"라며 또 싱긋 웃었다. 2012년, 이근호의 '두근두근' K-리그 시즌2 개·봉·박·두!
부평고 동기이자 감바 오사카 '한솥밥 절친' 김승용(27)이 한발 앞서 울산행을 택했다. "김승용이 이적에 미친 영향이 2%는 될까"라는 질문에 "3%는 되지 않을까요"라고 유쾌하게 반문했다. "승용이와는 초중학교 때 친구이자 라이벌이었고, 부평고 땐 함께 투톱으로 섰다. 일본에서 '한국 갈 때 세트로 가자'고 농담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다"라며 흡족해 했다. "근호는 중앙에서 공격력이 사는 스타일"라는 김 감독의 평가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에 제한이 있는 사이드보다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때가 편하다. 중앙에 섰을 때 어떤 팀과 붙든 자신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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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는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 장현수(21·FC도쿄) 등 어린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J-리그 직행은 모험이고 도전이다. 쉽지 않다. 가까운 나라이고 비슷할 것 같지만 어차피 외국이고, 용병이기 때문에 똑같은 실력으론 살아남기 힘들다.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내가 잘해야 다른 선후배들도 올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일본 감독들이 원하는 건 실력뿐 아니라 한국선수 특유의 근성이다. 팀이 어려울 때 파이팅하고 강하게 붙어주길 원한다. 잘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를 겪은 게 정말 도움이 됐다. 말이 안통하는 J-리그에 바로 나갔으면 힘들었을 것같다. K-리그에서 쌓은 자신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파란만장' 이근호, 슬럼프를 넘어서다
이근호의 축구인생은 재능에 비해 파란만장했다. 부평고 시절 박주영과 함께 촉망받던 스트라이커였지만, 인천에서 2군을 전전했고, 선수 생명을 걸고 비장한 각오로 옮긴 대구에서 2시즌 동안 23골을 쏘아올리며 비로소 만개했다. 유럽행 꿈을 향한 정거장으로 J-리그를 택했지만 어쩌다 보니 3년을 머물렀다. 이근호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었을 거라 짐작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엔트리 탈락보다 사실은 유럽행 불발이 더 아픈 기억이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월드컵은 내가 못해서 못간 것"이라고 쿨하게 인정했다. "유럽 진출은 몸도 마음도 준비가 돼 있었다. 유럽행이 불발되면서 목표를 잃었고 상실감이 컸다. 충격 탓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경기를 잘 뛰지 못했고 월드컵도 못갔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3월 25일 온두라스전(4대0)에서 쐐기골을 넣으며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전(2대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중동킬러로서의 명성을 되찾았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물었다. "노하우는 운동밖에 없다"는 정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긍정적인 마인드를 말하는데 내 생각엔 몸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련을 넘어선 비결 역시 개인 트레이너(김보균)와 함께한 혹독한 동계훈련이었다. 지난 연말 계약문제로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웨이트트레이닝은 쉬지 않았다. 언제든 뛸 준비가 돼있다.
"군대 문제도 있으니 울산에서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예측엔 화들짝 놀란다. "마무리라뇨?"라고 반문했다. "뛸 수만 있다면 마흔살까지 할 거예요. 축구를 놓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라는 말에 머쓱해졌다. 그 어떤 힘겨운 순간에도 축구가 싫어졌던 적은 없다. "축구가 너무 좋고,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할 겁니다. 축구선수로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복받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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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안의 화제인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절친 특집'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근호가 개그맨 이수근의 절친으로, 이동국(32·전북)이 은지원의 동서 자격으로 출연했다. "예능감이 이동국보다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라는 도발에 발끈했다. "이 말 꼭 써주세요. 동국이형을 살리려고 그런 거라고요. 일부러 말수를 줄였다니까요"라며 하하 웃었다. 이동국과는 대표팀에서 함께 발을 맞춰온 절친한 사이다. 평소 안부전화도 주고받는다. '저녁밥'을 걸고 펼친 '1박2일' 복불복 탁구 대결에서 이근호는 선배 이동국에게 7대0으로 완승했다. 탁구를 꽤 하더라는 칭찬에 "동국이형이 못한 거죠"라며 웃었다.
이근호는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실천하는 선수다. 올시즌 초 목표를 물었을 땐 15골을 말했고, 보란듯이 목표를 달성했다. '1박2일'을 함께한 이동국은 이근호에게 또하나의 목표가 됐다. "올 시즌엔 울산의 우승과 득점왕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태껏 득점왕 이야기는 단 한번도 꺼낸 적이 없다. 연말 K-리그 시상식을 보니 욕심이 나더라. 동국이형을 보니 공격수라면 상을 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강희 감독의 A대표팀을 향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초까지 솔직히 '대표팀 울렁증'이 있었다. 왠지 다른 선수가 된 것 같고, 한없이 작아졌었다. 온두라스전 골 직후 (이)정수형이 고생했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젠 많이 편해졌다. 월드컵 가는 길에 보탬이 되고 싶고, 다음 월드컵엔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