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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이흥실(51·전북 현대 감독대행)은 대찼다. 감독의 말 한마디가 법과 같았던 1980년대, 불합리해 보이는 지시에는 시키는 대로 다 하지 않았다. 당시 이흥실은 허정무 포항제철 감독(현 인천 감독) 밑에서 볼을 찼다. 허 감독은 당시만 해도 선착순 달리기를 좋아했다. 단신(1m70)인 이흥실은 발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처음에 허 감독이 요구하는 순위 안에 들지 못했을 경우 다음부터는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 그럼 허 감독은 이흥실을 불러 놓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유를 묻곤 했다. 이흥실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저는 처음 한두 번 전력질주하다보니 지쳤다. 그 다음은 힘이 들어서 빨리 뛸 수가 없다." 허 감독이 누구인가. 그 역시 현대 호랑이 선수 시절 조중연 코치(대한축구협회장)의 불합리해 보이는 지시에 선수단을 대표해서 못하겠다고 총대를 멨던 인물이다. 그런 허 감독이 이흥실에게 비슷한 상황을 당했으니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이다. 김정우(전북 현대)와 같은 포지션이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포항제철에서 뛰었다. 볼을 잘 찬 스타 플레이였다. 상복이 많았다. 1985년 K-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그 다음해 최강희와 함께 정규리그 공동 MVP에 뽑혔다. 1989년에는 도움상을, 베스트11 미드필더상도 5번이나 받았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상파울루(브라질)=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