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제1의 GK 김민식, 부모 속여서 골키퍼 됐다

기사입력 2012-02-02 06:48


브라질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전북 현대 수문장 김민식. 상파울루(브라질)=노주환 기자

서울 문래중의 유일한 골키퍼였던 김민식(전북 현대)은 부모가 학교에 오는 날은 필드 플레이어로 뛰었다. 그러다 부모가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골키퍼 장갑을 끼고 골문을 지켰다. 아들은 슈팅을 막을 때 희열을 느꼈다. 반면 부모는 뚱뚱하고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주로 한다는 편견이 있는 골키퍼를 아들이 한다는게 싫었다. 김민식은 그렇게 부모를 속이면서 골키퍼로 성장, 지금의 K-리그 최강 전북의 제1의 골키퍼로 성장했다.

김민식은 지난해 인생역전을 이뤘다. 5월말 터진 승부조작 파동으로 전북의 주전 골키퍼였던 염동균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민식에게 주전의 기회가 돌아갔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북 골대는 권순태(상주상무)가 주로 지켰다. 그런데 권순태가 2010년을 끝으로 군입대했다. 전북은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성남 일화에 있었던 정성룡(수원 삼성)을 영입하려고 했다. 전북은 성남과 합의까지 봤다가 정성룡이 수원을 희망하는 바람에 끝에 영입이 무산됐다. 김민식은 정성룡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전북 구단은 정성룡을 데려오지 못하자 바로 전남에서 염동균을 영입했다. 김민식은 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동균이 형은 (실력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너무 잘 했다.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전북은 2009년과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리딩 클럽이 됐다. 따라서 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포지션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실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계속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냉혹한 생존 논리다.

김민식의 입지는 언제 다시 흔들릴 지 모른다. 당장 오는 10월쯤이면 권순태가 군제대 후 복귀한다. 김민식은 "(권)순태 형이랑은 1주일에 한 번 정도로 자주 만난다. 경쟁은 어쩔 수 없다"면서 "내 목표는 여기서 주전으로 은퇴하는 것이다. 김현수 코치님 처럼 전북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민식은 지난해 6개월 동안 K-리그 17경기에 출전, 17실점했다. 그는 주전이 된 후 자꾸 실점할 때마다 불안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은 팀이 이겨도 실점 때문에 수비수들이 힘들어하는 팀이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김민식은 "최인영 골키퍼 코치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해줬다. 우리 골키퍼는 골을 먹는게 직업인 사람들이다. 우리가 슈팅을 다 막으면 관중이 뭘 보러 경기장에 오느냐. 한 골 먹어도 우리 공격수가 골을 넣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식은 호남대 시절 승부차기를 잘 막아 팀을 우승시킨 적이 있다. 그때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전북에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알 사드(카타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에선 하나도 막지 못했다. 2-4로 졌다. 이정수(알 사드)가 실축한 거 외에 김민식이 한 일은 없었다. 그는 "태어나서 그렇게 페널티킥을 잘 차는 선수들을 처음 봤다"며 웃었다.

김민식은 K-리그에서 가장 막기 까다로운 공격수로 서울 용병 데얀을 꼽았다.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는 슈팅이 최고라고 평가했다. 상파울루(브라질)=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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