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시행한 아시아쿼터제(외국인 선수 3명 외에 AFC 회원국 소속 선수 1명 출전 허용)는 K-리그 용병 수급 지도를 바꿔 놓았다. 브라질과 동유럽권에 쏠리던 눈길이 아시아권으로도 향했다. 2009년 사샤(성남)가 한국 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호주는 어느덧 K-리그 용병의 주요 수급처가 됐다. 올시즌에도 사샤-루크(경남) 등 7명의 호주 출신이 K-리그를 누빈다. 전남은 공격수 맷 사이먼(26)을 영입하며 K-리그 최초로 한 팀에 두 명의 호주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첫 호주 출신 공격수다. 그만큼 전남의 기대가 크다. 지난해 K-리그에 데뷔한 코니도 기대가 크다. 말이 통하는 친구가 생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본 가고시마의 전남 전지훈련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땅에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이들의 '코리안 드림'을 들어봤다.
2009년 호주 A-리그 시절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 소속 사이먼(오른쪽)과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 소속 코니가 공중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이먼은 이 사진을 보며 코니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맷 사이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룸메이트
코니와 사이먼의 첫 인연은 2006년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지역 예선에서 나란히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한 사이였단다. 엘리트코스를 밟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둘은 23세이하 대표팀에 처음 합류한터라 아는 동료들이 많지 않았다. 같은 처지였다. 금세 친해진 이들의 우정이 시작됐다. 2009년 아시안컵 예선 쿠웨이트전에서는 함께 호주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러나 대표팀 생활을 제외하고 이들은 적으로만 만났다. 호주 A-리그에서 다른 팀에 뛰며 코니는 중앙 수비수로 사이먼은 최전방 공격수로 서로를 막고 뚫어야 했다. A-리그에서의 대결을 물었더니 각자 날을 세웠다. 코니는 "사이먼은 체격이 좋고 몸싸움이 능해 수비수들에겐 공공의 적이었다. 사이먼과 맞붙은 수비수들이 자주 부상을 입었다"며 선수를 쳤다. 사이먼은 "강력한 태클을 하는 코니는 대결하기 싫은 상대다. 그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날이 행복했다." 듣고보면 서로에 대한 칭찬이었다. 전남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은 "한 팀에 뛰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호주 용병들이 K-리그를 노크하는 이유
지난해 코니가 한국을 택한 이유는 대표팀에 발탁을 위해서다. 코니는 "호주리그에서 뛰면 대표팀 발탁이 어렵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 한국은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다. 한국에서 뛰면 해외파로 인정받아 대표팀에 발탁되기 쉽다"고 했다. 사이먼도 대표팀 발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은 세금이 적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A-리그보다 연봉도 더 많다." 강한 리그에서 뛰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K-리그는 호주보다 경기 속도가 더 빠르고 기술적인 선수들이 많다. 좋은 감독과 좋은 선수들이 있으니 보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다." 대표팀 발탁-거액 연봉-자기 발전이 코니와 사이먼을 한국에서 뛰게하는 원동력이었다.
사이먼의 통역사는 한국말 못하는 코니?
호주와 전혀 다른 한국의 문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사이먼은 아직 전남 선수단과 대화도 쉽지 않다. 한국 선수들의 '콩글리쉬'를 알아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먼을 위해 '절친' 코니가 나섰다. 코니는 "사이먼이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릴 것이다. 나도 처음에 한 두달 적응기가 필요했다. 지금도 한국어는 '가라' '돌아' 등 경기에 필요한 단어들만 알지만 선수들의 콩글리쉬를 이해한다. 내가 영어를 다시 영어로 통역해주고 있다"며 웃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사이먼이 적응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 같다. 골에 대한 압박도 있다.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전남 구단은 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TV를 사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단다. 사이먼은 "광양의 아파트에 브라운관TV가 있지만 LCD TV로 보고 싶다. TV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꼭 골을 많이 넣겠다"며 "숫자로 표현하면 스스로 압박감이 든다. 그냥 많이 넣겠다. 믿어달라"며 웃었다. 가고시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