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현역 은퇴, 정해성 감독과의 인연에 달렸다"

최종수정 2012-02-14 08:26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 중인 전남의 수문장 이운재
가고시마=하성룡 기자

2008년 이후 세 시즌만인 2011년 '최고 골키퍼의 잣대'인 0점대 실점률(0.85골)을 기록했다. '회춘'이라 평가받을만큼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전남이 최소실점팀(29점)의 영예를 안은 것도 그의 선방과 리더십 덕분. '거미손' 이운재(39)가 일본 가고시마에서 15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 개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그는 벌써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란다. "지금 시즌에 들어가도 아무 문제 없다." 2년 연속 팀의 주장을 맡게돼 책임감도 막중하다. 머릿 속에 은퇴라는 단어는 아직 없는듯 했다.

은퇴는 정해성 감독과의 인연에 달렸다

'은퇴.' 최근 수년간 들었을 법한 질문이지만 그는 초연했다. "전남과의 계약기간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은퇴'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담지도 않았다. 2012 시즌을 준비하는 그에게 '미래'는 없었다. 단 한가지, 확실하게 정해둔 것은 있단다. "수원에서 나와 전남으로 이적할때 정해성 감독님과 의기투합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동안 정해성 감독님이 계속 계시면 나도 함께 갈 수 있다. 다른팀 이적은 없다. 감독님과의 인연이 끝나면 나의 선수생활도 끝이다." 2011년 13년간 몸담았던 수원을 떠나 현역 은퇴를 고민할때 손을 잡아준 이가 정 감독이었다. 대표팀 코치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온 정 감독과 이운재는 어느덧 '운명 공동체'가 되어 있었다. 정 감독에게 이운재의 전지훈련 준비상태를 물었다. 답변은 간단했다. "(알아서 하니) 신경 안써."

2002년 태극전사들이 해야할 일

2012년 1월 겨울의 화두는 2002년 태극전사들의 거취였다. 김남일(인천)이 러시아 생활을 접고 고향에 새둥지를 틀었다. 안정환은 은퇴를 선언했다. 이운재는 "모든 선수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일이나 (설)기현이나 해외생활을 많이 경험한 선수들이다. 한국에서 마지막 선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겪었던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해야 한다. 결국 우리들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하고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은퇴를 선언한 안정환도 언젠가 한국 축구를 위해 일을 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도 있었다. 그는 "정환이가 힘든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선배로서 이런 결정을 한 것에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최근 정환이가 인터뷰에서 유소년 축구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 정환이의 경험이라면 좋은 환경과 뛰어난 기술로 유소년들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이운재는 어떻게 경험을 나눌 구상을 하고 있을까. "일단 공부해야한다. 세계 축구를 본 다음에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자세가 됐을때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


11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한 식당에서 정해성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 받은 이운재. 구마모토=하성룡 기자
세계 최고 골키퍼의 조건

이운재는 지난달 26일 IFFHS가 발표한 최근 25년(1987~2011년) 동안 활약한 골키퍼 중 아시아 1위(전체 77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 8일에도 IFFHS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골키퍼' 순위에서도 아시아 최고(전체 41위)의 거미손으로 꼽혔다. 정 감독은 일본 전지훈련지에서 이 소식을 듣고 이운재에게 직접 꽃다발까지 건넸다. 이운재는 "나 혼자만의 경사가 아니다. 내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결과다. 그분들께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아시아 최고의 골키퍼 이운재가 보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는 누구일까. 이운재는 고민없이 독일의 올리버 칸을 꼽았다. "공을 잘 막는게 최고의 골키퍼가 아니다. 경기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올리버 칸은 '미친 존재감'이다." 이운재는 칸과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서 0대1로 패했지만 2004년 부산에서 열린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3대1 승리를 거두며 1승1패를 거뒀다. 두 차례의 대결을 펼친 이운재는 "칸의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저래서 세계적인 골키퍼구나라고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운재도 경기 장악력면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경기 중 목이 쉴 정도로 수비라인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시한다. 그는 "경기가 끝날때마다 목이 쉰다. 그래도 경기에서 내가 항상 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날 연습경기를 마친 이운재는 소리를 많이 지른 탓에 목이 쉬어 있었다. 경기를 끝낸 그만의 훈장이었다.
가고시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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