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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정해성 올림픽대표팀 코치(현 전남 감독)는 허정무 감독과 함께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울산에서 명지대와의 연습경기를 지도했다. 명지대 선수를 보러 간 것이 아니었지만 눈에 띈 한 선수가 있었다. "한 선수가 오른쪽 측면을 쉴 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더라. 허 감독님이 저 선수가 누구냐고 명지대 감독에게 물어보니 1학년 선수였다. 올림픽대표팀에 바로 발탁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정훈찬을 전남의 일본 전지훈련지인 가고시마에서 만났다. 앳된 외모와 달리 지난 6개월간의 마음고생 때문인지 말하는 것은 성숙했다. "아직도 제가 어떻게 전남에 지명됐는지 모르겠어요. 2011년에 사람들이 저보고 정말 운이 없다고 했었거든요. 엄마랑 함께 정말 많이 울었었는데…."
지난해 능곡고등학교 3학년이던 정훈찬은 고등축구 서울북부리그 득점왕(17골·20경기)을 차지한 장래가 촉망되는 스트라이커였다. 여름에 일찌감치 서울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이 확정됐다. 그러나 능곡고등학교 감독이 바뀌면서 대학 진학이 갑자기 틀어졌고, 다른 대학교 축구부 정원이 모두 차 진학도 불가능했다. 지난 9월 수도권 다른 대학에서 정원이 한 명 남아 테스트를 받으로 가기로 했는데 테스트 직전 경기에서 쇄골이 골절돼 이 기회마져 놓쳤다. 북부리그 득점왕은 이렇게 무적 신세가 됐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축구화를 신은지 4년 만에 프로의 꿈을 이뤄냈다. 그는 "어렷을때부터 프로에 가는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될 줄 몰랐다. 고등학교에서 프로에 와서 스피드도 적응이 안되고 연습경기에 나서면 어쩔줄 모르겠다. 그렇지만 꼭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정 감독은 요즘 원톱 공격수인 정훈찬을 측면 공격수로도 세우고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제2의 박지성'으로 만들어보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비록 연습경기지만 로아소 구마모토전에서전남 유니폼을 입고 데뷔골도 터트렸다. 그런데 막상 정훈찬의 머릿속은 박주영(27·아스널)으로 꽉 차 있단다. 롤 모델도 박주영이다. "박주영 선수의 스페셜 영상을 모아 매일 본다. 플레이를 따라 하려고 애쓰고 있다."
K-리그 데뷔를 앞둔 그의 올시즌 목표는 아주 소박했다. "전남과 1년 계약했으니, 내년에 재계약하는게 목표입니다." 박지성을 닮은 외모로 제2의 박주영을 꿈꾸는 전남의 신인 정훈찬에게 2012년 K-리그는 인생을 건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될 것 같다.
가고시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