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나고야 연습경기 '007 관전기'

기사입력 2012-02-22 09:55



"나고야와의 첫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은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나고야 그램퍼스전 첫단추의 중요성을 새삼 환기시켰다. 성남은 내달 3일 K-리그 전북과의 개막전 직후인 7일 곧바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나고야 원정에 나선다. 2년 전 이미 아시아 챔피언을 경험한 만큼 자신감은 충만하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은 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나고야전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첫경기부터 분수령이다. 이기고 오면 예선 통과한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20일 오후 3시 30분, 성남의 전훈 캠프인 가고시마에서 팀 훈련을 마친 직후 신 감독은 구단 스태프 2명과 함께 밴에 올랐다. 21일 오후 3시 일본 오이타 지소지사카스타디움에서 나고야와 오이타 트리니타가 연습경기를 갖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가고시마에서 5시간 30분을 쉼없이 내달렸다. 해가 지고 나서야 오이타에 도착했다. 지난 9일 벳부에 훈련캠프를 차린 나고야는 오이타, 후쿠오카 등 인근 대학팀 프로팀들과 잇달아 연습경기를 갖고 있다.

이날 관전은 '007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상대팀 감독으로서 공식 관전이 아니었던 탓에 신분 노출은 아무래도 위험했다. 상대의 평소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선 위장이 불가피했다. 신 감독은 야구모자와 마스크로 완전 무장했다.

연습경기임에도 지소지사카스타디움엔 1000여 명의 관중이 빼곡히 들어찼다. 관중석은 물론 인근 언덕 위까지 까치발을 세운 팬들로 꽉 들어찼다. 아기를 업고온 엄마, 간이의자를 들고온 70대 노부부, 축구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등 팬층은 실로 다양했다. 지난 시즌 승점 1점차로 가시와 레이솔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 J-리그 2위팀 나고야와 2부리그 12위 오이타의 실력 차는 컸지만, 오이타 팬들은 홈팀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철조망 뒤 오이타 홈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마스크를 쓴 신 감독이 있었다. '매의 눈'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김종진 성남 전력 분석관도 자리를 꿰차고 비디오카메라의 앵글을 잡기 시작했다.

이날 나고야는 공격적인 3-4-3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오가와-타마다-타나자키가 위력적인 스리톱을 형성했다.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19골을 기록한 호주 출신 스트라이커 케네디는 출전하지 않았다. 툴리오-다니엘 등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용병들이 지키는 스리백의 존재감 역시 인상적이었다. 미드필드에선 콜롬비아 용병 다닐손이 탁월한 체격과 거침없는 발놀림으로 제공권을 장악했다. 나고야는 전반 4분, 후반 20분 잇달아 터진 오가와의 2골, 후반 31분 교체투입된 요시다의 추가골에 힘입어 3대1로 가볍게 승리했다. 후반 24분 나고야 벤치가 주전들을 모조리 빼고 후보 선수들을 교체투입했다. 신 감독이 스태프들을 향해 손짓으로 '가자'는 사인을 보냈다. 마스크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신 감독은 연습경기 관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 감독은 "스리백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신체적인 조건도 상당히 좋다. 수비할 때 파이브백이 되고, 공격할 때 스리백이 되면서 공격도 수비도 모두 탄탄하다고 본다. 실수를 하지 않는, 안전하고 정석적인 축구가 인상 깊었다"고 분석했다. '잠입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돌아가서 연구하다 보면 상대를 허물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관전이 상당히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오이타(일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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