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신은 한국에 미소지었다. 홍명보호가 경기 시작 1분 만에 오만의 혼을 빼놓았다. '깜짝 카드' 남태희가 골문을 열었다. 남태희는 오만전 전술 변화의 키를 쥔 회심의 카드였다. 그는 2009년 홍 감독이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한 차례 발탁된 적이 있다. 이후에는 인연이 없었다.
홍 감독은 남태희의 기량에 부정적이었다. 프랑스 발랑시엔에서 뛰던 그는 경기 출전이 들쭉날쭉했다. A대표팀에 승선했지만 물음표를 달았다. 1월 겨울이적시장에서 카타르리그 레퀴야로 이적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남태희는 레퀴야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8경기에서 4골-3도움을 기록했다. 비시즌인 K-리거, J-리거와 달리 한창 시즌 중이다. 중동을 누비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판단했다. 올림픽대표팀에 남태희가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으로 중동을 요리한다는 발상이 빛을 발했다. 한국의 첫 공격에서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왼발슛으로 응수, 골망을 흔들었다.
영리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갈 길 바쁜 오만의 심리를 역이용했다. 홍 감독의 주문대로 선수들은 강력한 압박을 펼치며 틈을 주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았다. 중앙 대신 측면 공격을 지향했다. 원톱 김현성의 높이(1m86)를 활용한 고공플레이를 펼쳤다. 다만 짧은 패스에 이은 아기자기한 플레이는 없어 답답한 흐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 리틀 태극전사들의 집중력은 떨어졌다. 전반 25분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한 데 이어 2분 뒤 수문장 이범영이 어이없는 파울을 했다. 골에어리어내에서 볼을 6초 초과해 소유하며 간접프리킥을 허용했다. 상대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겨나 위기를 넘겼지만 있을 수 없는 범실이었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 항의한 김태영 코치마저 퇴장당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홍 감독의 용병술은 예상 그대로였다. 김현성을 원톱, 좌우 날개에 김보경과 남태희를 선발 출격시켰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김민우가 포진한 가운데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한국영과 박종우가 섰다. 수비라인에는 김영권과 홍정호가 중앙 수비, 윤석영과 오재석이 좌우 윙백으로 출전했다. 골문은 이범영이 지켰다.
다행히 전반을 1-0으로 리드한 채 마쳤다. 후반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하다. 전반 남태희와 이범영이 경고를 받았다. 카드 관리는 물론 상대의 파상공세를 역이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승리하면 7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확정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