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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수원 삼성, 수원 삼성과 FC서울. 어느 구단 이름이 먼저 나오는 지를 놓고도 대립하는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라이벌이기를 거부하지만 상대가 있어 행복한 양대산맥.
윤성효 수원 감독(50)과 최용수 서울 감독(41)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직속 선후배'다. 동래중-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프롤로그
은근슬쩍 신경전도 벌였다. 최 감독에게 '윤 감독을 한번 업어달라'고 요청하자 "시즌 전부터 수원을 업어야 되냐"며 투정을 부렸다. 미션을 가뿐하게 완수한 최감독에게 윤 감독이 "아직 하체 힘이 좋네"라고 하자. 최 감독은 "끄덕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명장면(안성기와 박중훈이 빗속에서 벌이는 마지막 결투신) 연출은 거부당했다. 상대의 얼굴에 차마 주먹은 갖다댈수 없다고 했다. 살짝 흉내만 낸 한 후 다시 손을 맞잡았다. 유쾌, 상쾌,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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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과 최 감독은 걸어온 길은 비슷하지만 다른 열매를 먹고 살았다. 윤 감독은 수비 전문의 '깡다구 인생', 최 감독은 골잡이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최 감독은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뗐다. 지난해는 반쪽이었다. 윤 감독은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지 1년8개월이 흘렀다. 윤 감독도 최 감독의 '승진'이 희소식이었다. "선후배와 서울 감독을 떠나 최 감독은 학창시절부터 누구보다도 친근감있게 잘 따라줬어요. 정식 감독이 돼 기뻐더라구요."
"남들보다 후배 사랑이 더 각별해요. 표현은 많이 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어요. 난 이제 새내기인데 선배님이 있어 큰 힘이 됩니다." 최 감독이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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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일 벤치에서 맞닥뜨렸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감정 싸움은 치열했다. 수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란 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뒤 사흘만에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을 두고 최 감독은 "체력과 시차적응 등을 이겨내야 진정한 명문"이라고 했다. 전해들은 윤 감독은 "알겠는데. 지그들(서울)이나 잘 하라고 해달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윤 감독이 웃었다. 1대0으로 승리한 후 최 감독을 향해 "자꾸만 말로 축구를 하는 것 같은데,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발로 하는 것"이라고 자극했다.
윤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팬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서울이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니구…." 말을 흐렸다. 최 감독의 대응도 무서웠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어요. 경기는 졌고, 승부욕이 되살아났죠. 하지만 내 스타일대로 도발할 수 있는거고, 자극을 줘야 내부 결속을 할 수 있어요, 팬들에게는 모범답안을 주는 것보다 또 다른 재미도 선사할 수 있잖아요. 감독도 흥미를 줘야 됩니다."
3막 : 우승(優勝)
윤 감독이 최 감독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올해가 끝나면 계약기간이 6개월밖에 안 남았거든. 올해는 내가 우승하고 내년에는 니가 해라." 선배의 발언에 최 감독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두 팀은 올시즌 최대 네 차례 격돌할 수 있다. 스플릿 시스템 때문이다. 4월 1일과 8월 18일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상하위리그로 분리된 후 같은 리그에 포함되면 두 번 더 맞붙는다. 한 팀이 하위리그로 떨어진다는 가정하에 '2경기만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맞을 뻔했다. 이구동성으로 "시즌 전부터 재수없게…"라며 눈을 흘겼다.
'4차례의 맞대결에서 몇 승을 챙기고 싶냐'고 하자 윤 감독은 처음에는 속내를 감췄다. "점쟁이도 아니고, 선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죠. 90분이 끝난 후 팬들에게 박수받을 만한 좋은 경기를 해야죠. 4승하면 후배를 죽이는 겁니다." 웃었다. 지난 시즌 수원에 2연패한 최 감독은 "운 좋은 사람은 못 당한다"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진 후 "글쎄, 난 욕심과 열정이 많다. 솔직한 생각은 2승1무1패를 하고 싶지만 근데 뭐…. 경기는 재밌을 것"이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자 윤 감독이 생각을 바꿔 "아니다. 홈에서 이기는 것으로 하고 2승2패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 비기면 1점 밖에 못 얻으니"라고 응수, 다시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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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태동한 K-리그는 올해로 한 세대를 마감한다. 두 팀이 왜 명문구단인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프로축구는 두 차례 변화를 통해 도약했다. 1995년 수원의 창단과 2004년 서울이 연고지를 옮긴 후 K-리그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두 감독 모두 자부심은 대단했다. 서울과 수원이 K-리그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구단과 10번 붙어도 우리가 한 번 붙는 것 보다 관심도가 약하다", "프로축구 30년 동안 라이벌은 우리밖에 없다.", "서울과 수원이 없으면 K-리그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향 평준화에는 반대한다" 등 열변을 토했다.
책임도 강조했다. 윤 감독은 "성적을 낼 수도 있고, 못 낼수도 있다. 1년반 '이빠이'했다. 계약기간동안 성적 못내면 옷을 벗는 것이 프로다. 더 하는 것은 구질구질하다"고 하자 최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매년 1년 단기계약을 한다고 하더라. 5~10년 장기계약을 하면 무슨 발전이 있겠느냐.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동의했다.
수원과 서울은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놓쳤다. 빡빡한 일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두 팀이 우승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통하고 그렇지는 않다. K-리그에 더 집중해 내년에 나가면 된다"고 윤 감독이 말하자 최 감독은 선배를 향해 "인천공항에서 만납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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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의 스타일이다. 최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말쑥하게 정장을 입는다. 윤 감독은 매경기 트레이닝복을 고집한다. 윤 감독은 웃음에 인색하다. 최 감독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공통점은 단 하나, 둘다 애연가다. 감독은 고독하다.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1년 365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한때는 끊었지만 다시 담배를 물 수밖에 없었단다.
인터뷰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최 감독은 "선배님의 웃음이 넘치니 기분이 좋다"며 웃고 또 웃었다. 녹색 그라운드에 봄이 왔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는 3월 3일 개막된다.
민창기, 김성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