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윤성효VS최용수, "올해는 내가, 내년에는 니가 우승해라"

기사입력 2012-02-27 15:47


3월 3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갖었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부산 동래중 고등학교와 연세대 9년 선후배 관계다. 절친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는 윤 감독과 최 감독. 윤성효 감독을 등에 업고 즐거워 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FC서울과 수원 삼성, 수원 삼성과 FC서울. 어느 구단 이름이 먼저 나오는 지를 놓고도 대립하는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라이벌이기를 거부하지만 상대가 있어 행복한 양대산맥.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날이면 승패를 떠나 '축구 천국'이 그려진다. 지난해 두 차례 충돌의 평균 관중이 무려 4만8072명이다. 월드컵이 부럽지 않다.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두 팀을 이끄는 '총수'를 23일 서울 양재동 서율교육문화회관으로 초대했다. "(동계전지 훈련)잘 갔다왔나?", "싸움 났다면서요, 장난이 아니데요.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일본으로 훈련 못가겠던데요. 경기 운영이 안되니."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오가기 시작하자 1층 라운지는 '자갈치 시장' 쯤 된 것 같았다.

윤성효 수원 감독(50)과 최용수 서울 감독(41)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직속 선후배'다. 동래중-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프롤로그

본격 대담에 앞서 몸풀기용으로 '야외 촬영'을 제안했다. 안그래도 무뚝뚝한 경상도 아저씨들, 카메라 앞에 서자 그만 얼음이 된다. 촬영용 어색웃음 속에서도 선후배의 진한 정은 오갔다. 1m73인 윤 감독의 키에 맞춰 1m84의 최 감독이 한 계단 내려섰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닭살 포즈도 취하고, 계단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입근육을 풀었다.

은근슬쩍 신경전도 벌였다. 최 감독에게 '윤 감독을 한번 업어달라'고 요청하자 "시즌 전부터 수원을 업어야 되냐"며 투정을 부렸다. 미션을 가뿐하게 완수한 최감독에게 윤 감독이 "아직 하체 힘이 좋네"라고 하자. 최 감독은 "끄덕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명장면(안성기와 박중훈이 빗속에서 벌이는 마지막 결투신) 연출은 거부당했다. 상대의 얼굴에 차마 주먹은 갖다댈수 없다고 했다. 살짝 흉내만 낸 한 후 다시 손을 맞잡았다. 유쾌, 상쾌, 통쾌했다.


3월 3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갖었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부산 동래중 고등학교와 연세대 9년 선후배 관계다. 절친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는 윤 감독과 최 감독. 밝은 표정으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윤성효 감독과 최용수 감독.
양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1막 : 동등(同等)


윤 감독과 최 감독은 걸어온 길은 비슷하지만 다른 열매를 먹고 살았다. 윤 감독은 수비 전문의 '깡다구 인생', 최 감독은 골잡이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최 감독은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뗐다. 지난해는 반쪽이었다. 윤 감독은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지 1년8개월이 흘렀다. 윤 감독도 최 감독의 '승진'이 희소식이었다. "선후배와 서울 감독을 떠나 최 감독은 학창시절부터 누구보다도 친근감있게 잘 따라줬어요. 정식 감독이 돼 기뻐더라구요."

"남들보다 후배 사랑이 더 각별해요. 표현은 많이 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어요. 난 이제 새내기인데 선배님이 있어 큰 힘이 됩니다." 최 감독이 화답했다.


3월 3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갖었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부산 동래중 고등학교와 연세대 9년 선후배 관계다. 절친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는 윤 감독과 최 감독. 윤성효 감독과 키를 맞춰주는 배려(?)를 선보이는 최용수 감독.
양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막 : 대립(對立)

지난해 10월 3일 벤치에서 맞닥뜨렸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감정 싸움은 치열했다. 수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란 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뒤 사흘만에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을 두고 최 감독은 "체력과 시차적응 등을 이겨내야 진정한 명문"이라고 했다. 전해들은 윤 감독은 "알겠는데. 지그들(서울)이나 잘 하라고 해달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윤 감독이 웃었다. 1대0으로 승리한 후 최 감독을 향해 "자꾸만 말로 축구를 하는 것 같은데,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발로 하는 것"이라고 자극했다.

윤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팬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서울이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니구…." 말을 흐렸다. 최 감독의 대응도 무서웠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어요. 경기는 졌고, 승부욕이 되살아났죠. 하지만 내 스타일대로 도발할 수 있는거고, 자극을 줘야 내부 결속을 할 수 있어요, 팬들에게는 모범답안을 주는 것보다 또 다른 재미도 선사할 수 있잖아요. 감독도 흥미를 줘야 됩니다."

3막 : 우승(優勝)

윤 감독이 최 감독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올해가 끝나면 계약기간이 6개월밖에 안 남았거든. 올해는 내가 우승하고 내년에는 니가 해라." 선배의 발언에 최 감독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두 팀은 올시즌 최대 네 차례 격돌할 수 있다. 스플릿 시스템 때문이다. 4월 1일과 8월 18일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상하위리그로 분리된 후 같은 리그에 포함되면 두 번 더 맞붙는다. 한 팀이 하위리그로 떨어진다는 가정하에 '2경기만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맞을 뻔했다. 이구동성으로 "시즌 전부터 재수없게…"라며 눈을 흘겼다.

'4차례의 맞대결에서 몇 승을 챙기고 싶냐'고 하자 윤 감독은 처음에는 속내를 감췄다. "점쟁이도 아니고, 선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죠. 90분이 끝난 후 팬들에게 박수받을 만한 좋은 경기를 해야죠. 4승하면 후배를 죽이는 겁니다." 웃었다. 지난 시즌 수원에 2연패한 최 감독은 "운 좋은 사람은 못 당한다"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진 후 "글쎄, 난 욕심과 열정이 많다. 솔직한 생각은 2승1무1패를 하고 싶지만 근데 뭐…. 경기는 재밌을 것"이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자 윤 감독이 생각을 바꿔 "아니다. 홈에서 이기는 것으로 하고 2승2패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 비기면 1점 밖에 못 얻으니"라고 응수, 다시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3월 3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갖었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부산 동래중 고등학교와 연세대 9년 선후배 관계다. 절친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는 윤 감독과 최 감독. 밝은 표정으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윤성효 감독과 최용수 감독.
양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4막 : 상생(相生)

1983년 태동한 K-리그는 올해로 한 세대를 마감한다. 두 팀이 왜 명문구단인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프로축구는 두 차례 변화를 통해 도약했다. 1995년 수원의 창단과 2004년 서울이 연고지를 옮긴 후 K-리그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두 감독 모두 자부심은 대단했다. 서울과 수원이 K-리그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구단과 10번 붙어도 우리가 한 번 붙는 것 보다 관심도가 약하다", "프로축구 30년 동안 라이벌은 우리밖에 없다.", "서울과 수원이 없으면 K-리그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향 평준화에는 반대한다" 등 열변을 토했다.

책임도 강조했다. 윤 감독은 "성적을 낼 수도 있고, 못 낼수도 있다. 1년반 '이빠이'했다. 계약기간동안 성적 못내면 옷을 벗는 것이 프로다. 더 하는 것은 구질구질하다"고 하자 최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매년 1년 단기계약을 한다고 하더라. 5~10년 장기계약을 하면 무슨 발전이 있겠느냐.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동의했다.

수원과 서울은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놓쳤다. 빡빡한 일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두 팀이 우승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통하고 그렇지는 않다. K-리그에 더 집중해 내년에 나가면 된다"고 윤 감독이 말하자 최 감독은 선배를 향해 "인천공항에서 만납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3월 3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갖었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부산 동래중 고등학교와 연세대 9년 선후배 관계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정하게 악수를 나누고 있는 윤 감독과 최 감독.
양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에필로그

극과 극의 스타일이다. 최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말쑥하게 정장을 입는다. 윤 감독은 매경기 트레이닝복을 고집한다. 윤 감독은 웃음에 인색하다. 최 감독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공통점은 단 하나, 둘다 애연가다. 감독은 고독하다.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1년 365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한때는 끊었지만 다시 담배를 물 수밖에 없었단다.

인터뷰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최 감독은 "선배님의 웃음이 넘치니 기분이 좋다"며 웃고 또 웃었다. 녹색 그라운드에 봄이 왔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는 3월 3일 개막된다.
민창기,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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