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돈치치(29·수원 삼성)의 별명은 '게으른 천재'다.
그러나 윤성효 수원 감독은 기대가 컸다. 라돈치치를 패스축구의 핵심으로 쓰겠다고 했다. "볼 간수(키핑)가 되는 선수다. 우리 미드필더들이 공격라인으로 진출하는데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2011년 알 사드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난투극으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스테보가 돌아오면 쌍포 역할을 제대로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K-리그가 뚜껑을 열자 윤 감독의 이런 구상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라돈치치는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굼뜬 움직임으로 실망감만 안겼다. 중원에서 찔러주는 패스를 잡으려 달려가다 이내 포기하는게 부지기수였다. 수비수와 경합 과정에서 투쟁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라운드에 풀썩 쓰러지며 심판만 바라볼 뿐이었다. 라돈치치 때문에 수원의 전체적인 공격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마저 드러냈다. 라돈치치가 제 역할만 해줬으면 쉽게 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윤 감독도 "공격진의 움직임이 부족하다"고 입맛을 다셨다. 라돈치치는 그렇게 또 다시 천덕꾸러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천재는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거추장스런 몸짓은 하지 않는다. 한 번의 찬스에서 매 같은 집중력을 선보이면 그만이다. 라돈치치의 진가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2년 K-리그 2라운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반 29분 오범석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와 경합 과정에도 불구하고 왼발 논스톱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후반 33분에는 문전 쇄도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직접 추가골까지 성공시켜 전용경기장 개장경기 승리를 바랐던 친정팀 인천을 울렸다. 경기 초반 라돈치치의 실망스런 움직임에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던 윤 감독은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벤치로 달려온 라돈치치를 끌어 안으며 활짝 웃었다.
인천을 2대0으로 완파한 수원은 리그 2연승을 달렸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첫 경기서 1대3으로 패했던 인천은 2연패가 됐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