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아시아 각국 팀들 담당자들이 모여 올 시즌 계획과 경기 진행 세부 상황을 논의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2010년 이후 2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포항도 실무 담당자를 파견했다. 같은 조에 속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의 담당자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2년 만에 만난 분요드코르 담당자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분요드코르 담당자는 서류봉투를 들이밀더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 속에는 'For Sale(팝니다)'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속 선수들의 신상명세서와 플레이장면이 편집된 DVD가 있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13일, 포항 담당자는 분요드코르가 보내온 이메일을 열어보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 이메일에 담긴 항공일정때문이었다. 20일 포항과 조별리그 경기를 펼치는 분요드코르는 '타슈켄트 → 방콕 → 김해'를 거쳐 포항에 입성한다. 방콕에서는 7시간이나 대기한 뒤 김해행 비행기를 탄다. 돌아갈 때도 '김해 → 인천 → 타슈켄트'의 여정을 거친다. 3년전이었던 200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만났던 '그 분요드코르'가 보여주었던 행보와는 거리가 컸다.
당시 '그 분요드코르'는 초호화 럭셔리 군단이었다. 2005년 창단한 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이자 억만장자인 굴나라 카리모바 구단주가 정부와 가스 재벌들의 지원을 받아 만든 슈퍼클럽이었다. 분요드코르는 238억원에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 180억원의 연봉을 주고 슈퍼스타 히바우두를 데려왔다. 포항에서 열린 8강 2차전에서는 '타슈켄트 → 김해'로 바로 오는 전세기를 이용해 입국했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150여명의 팬들도 함께였다. 8강전에서 포항에 패퇴하자 그해 겨울 포항 우승의 주역이었던 데닐손과 스테보를 거액에 데려가기도 했다.
럭셔리 군단 분요드코르가 2년만에 선수 사재기에서 선수 세일즈에 나서는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시아무대에서의 초라한 성적 때문이다. 2009년 8강에서 포항에게 막힌데 이어 2010년과 2011년에는 사우디의 알 힐랄, 이란의 세파한과의 16강전에서 졌다. 홍보 효과가 떨어지자 카리모바 구단주는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뗐다. 돈줄도 함께 막혔다.
현재 분요드코르에는 우즈베키스탄 주요 선수들 외에 호주 대표팀 출신의 카르니와 세르비아와 슬로바키아 출신 선수들 정도만 뛰고 있을 뿐이다. 포항 담당자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구단들의 좋지 않은 면을 볼 수 있었다. 축구는 역시 축구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