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초기 응급조치로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신영록(가운데)의 생명을 구한 김장열 제주 트레이너(맨왼쪽)와 대구 수비수 안재훈. 김장열 트레이너와 안재훈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제주유나이티드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단다. 바로 동영상을 검색해 장면을 지켜봤다. 지난 1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토트넘과 볼턴의 FA컵 8강전에서 볼턴 미드필더 무암바가 전반 41분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장면이었다.
지난해 5월 8일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대구를 상대하던 제주 공격수 신영록(25)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순간이다. 그는 쏜살같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가 심폐 소생술을 실시해 멈췄던 신영록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국내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가 소생할 가능성은 2.5%. 그 기적의 확률을 잡은 김장열 제주 트레이너 팀장에게 무암바가 쓰러진 장면은 충격이었다.
무암바가 의식을 되찾은 20일 김 팀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영상을 보자마자 처음에는 앞이 깜깜했어요. 영록이 사건 이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경기장 나가기가 두려웠습니다. 무암바까지 쓰러지니 경기장에 나가는게 더 두려워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동영상을 유심히 본 뒤 이내 안정을 되찾았단다. "영록이가 쓰러졌을때는 그라운드에서 9분, 병원까지 총 12분이 걸렸어요. 그런데 무암바가 쓰러졌는데도 현지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침착하게 대응하더라고요. 모든 응급처치를 마친 뒤 들것에 실려나가는 장면을 보고 안심이 됐어요. 보통 생명이 위급하면 서둘러서 병원에 옮기는 게 정상이거든요."
무암바는 양쪽팀의 의료진에 의해 심폐 소생술과 기도 삽관, 산소 공급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총 15분간 응급처치가 이뤄졌다. 무암바는 이틀 만에 의식을 회복했고 지속적인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지 않고 자가 호흡이 가능하다. 가족도 알아보고 질문에 적당히 반응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똑같은 사건을 경험한 그에게 무암바의 건강에 대한 전망을 물어봤다. 희망적이라고 했다. "영록이는 심장마비 후유증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하면서 약을 투입해 오랫동안 잠을 재웠습니다. 그런데 무암바는 의식을 금세 회복했다고 합니다. 영록이처럼 수면치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후유증이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무암바의 건강이 예상보다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상당히 예후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무암바가 건강을 회복하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 무암바가 심장마비를 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트레이너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영록이가 쓰러졌을 때는 인력이나 의료 장비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화이트하트레인 구장에는 모든 장비가 완벽한 것 같았습니다. 영록이 사건 이후 K-리그 경기장에도 의료 장비들이 다 갖춰졌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트레이너들도 더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트레이너들이 자질을 높일 때입니다."
신영록의 근황도 그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영록이가 2월 말에 제주에 내려와서 선수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병원에 다니면서 재활을 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말도 잘합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록이의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무암바도 영록이처럼 건강을 회복해서 미소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