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신태용 감독, 감싸던 한상운에 왜 쓴소리?

최종수정 2012-03-26 10:03

◇신태용 성남 감독(왼쪽)은 그동안 감싸고 돌던 한상운 길들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월 10일 광양 전지훈련 당시 미소를 짓고 있는 신 감독과 한상운. 광양=전영지 기자

"계속 이 정도라면 2군서 두세 달 썩을지도 모르겠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애제자 한상운에 직격탄을 날렸다. 성남 이적 후 한상운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였던 신 감독이다. 한상운이 1월 홍콩 챌린지컵에서 성남의 우승에 일조할 때만 해도 사제 간의 믿음은 두터워 보였다. 한상운 스스로도 "신 감독님이 먼저 믿음을 주신다. 믿음을 받다보니 신뢰가 많이 쌓인다"고 할 정도였다. 신 감독도 지난 2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한상운이 최강희호에 승선하자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러나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신 감독은 폭발했다. "(한상운이) 말이 너무 없다. 처음에는 내성적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엄청 답답하다. 4차원 같은 성격을 가진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신 감독은 "일단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잘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2군으로 가서 두세 달 썩을지도 모르겠다. 감독이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신 감독의 '선수 밀당(밀고 당기기)'는 K-리그 내에서도 유명하다. 현역시절 성남에서만 뛰며 산전수전 다 겪어본 경험을 지도력에 녹였다. 무한신뢰를 주다가도 조금이라도 팀 플레이와 엇박자를 낸다 싶으면 매몰차게 몰아 붙이는 스타일이다. 칭찬에 우쭐해 그라운드를 휘젓던 선수들은 신 감독의 돌변에 불만부터 품는다. 그러나 깊은 뜻을 알고 이전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침과 동시에 충성심도 깊어지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국내 선수 뿐만이 아니다. 중앙 아시아쿼터로 성남 유니폼을 입은 수비수 사샤, 몰리나(현 서울)와 라돈치치(현 수원)도 신 감독의 '밀당'에 땀을 뻘뻘 흘린 추억이 있다. 한상운을 겨냥한 독설도 결국은 '밀당'을 통한 길들이기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감독은 독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한상운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쨌든 대표선수다. 장점이 많은 선수들이라는 뜻이다." 신 감독이 말하는 팀플레이는 '팀이라는 큰 그림에 녹아드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앞서서 움직이는 플레이를 유독 강조한다. 신 감독은 "톈진 테다(중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좀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스승의 독설이 통했는지 한상운은 25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전에서 몸을 날리는 투혼으로 팀의 2대1 승리에 공헌했다. 벤치에서 한상운을 지켜보는 신 감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만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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