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천 마스코트의 울분 "내가 피해자인데..."

기사입력 2012-03-26 16:33


사진캡처=MBC SPORTS+ 중계 화면

"내가 피해자인데 맞아도 싼 나쁜 놈이 돼있더라. 때린 사람 얼굴도 못봤다."

인천 마스코트 두루미 '유티'의 탈을 썼던 34세의 남자는 울먹이듯 말했다. 이벤트 행사 생활 10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고 했다. 폭행사건이 있었던 24일 이후 고통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다. 눈을 감을 때마다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대전 서포터 인천 마스코트 폭행사건'은 K-리그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인천-대전전(2대1 인천 승) 종료 후 패한 대전 서포터 2명은 그라운드에 난입해 '유티'를 폭행했다. 이는 순식간에 인천 서포터스와 대전 서포터스 간의 집단 패싸움으로 번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관리 문제와 서포터스의 관람 태도 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소외됐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 당사자 '유티'는 26일 오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인천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진술하고 나온 길이라고 했다. "내가 아무리 나쁜 짓을 했다 해도 얻어맞은 피해자다. 하물며 나는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나한테 사과하지 않더라. 아직 가해자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대전 서포터스를 도발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벤트 행사를 함께하는 동생의 소개로 처음 축구장을 찾았다. 분위기를 잘 몰라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CCTV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두드려 맞기 시작했다. 탈을 쓰고 있어서 몇명이 때렸는지도 몰랐다. 당시 높은 데서 떨어지는 바람에 허리에 아직 통증이 있다"고 했다.

너무 무서워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인천 프런트가 '대전 서포터스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떠나지 않으니 사과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자신으로부터 촉발된 사태이기도 해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사과했는데 막상 날 때린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더라. 고소도 생각하고 있다. 진단서도 끊었다"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도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 앞에서 일하는게 내 직업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무섭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폭행 사건과 관련 인천 중부경찰서가 조사에 착수했다. 26일 오전 인천구단을 방문해 관련 자료를 수집해 갔다. 인천 중부경찰서 형사계 형사 1팀의 한 관계자는 "당일 명백한 폭행이 있었다. 해당 동영상 자료도 받아왔다. 피해자 진술도 확보했다. 가해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유티'를 폭행한 대전 서포터스가 입건될 수 있다고 했다.

프로축구연맹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인천-대전 경기 보고서는 상벌위원회에 제출됐다. 상벌위원회는 보고서 검토 후 5일 안에 관련 회의를 소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연맹측은 오전 회의에서 경찰 협조 문제 등 전반적인 경기장 안전 문제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안전문제는 홈팀이 책임지지만 본 건은 조금 다른 문제라 원정팀에게도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러 방안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전 측은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대전 구단 관계자는 "연맹 측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서포터스들을 만나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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