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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이요? 허허, 많은 추억이 있지예."
1991년 한국 축구계에는 전대미문의 파문이 휘몰아쳤다.
대형 공격수와 수비수로 주목을 받았던 황선홍과 홍명보가 드래프트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학 졸업 후 드래프트로 지명받은 팀에 입단하는 것이 관례와 같이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황선홍은 홀로 독일로 출국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레버쿠젠의 2군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 입장에서 홀로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처럼 동료 해외파가 많거나 자신을 챙겨주는 에이전트도 없던 때였다. 모든 것을 황선홍 홀로 책임져야 했다.
몰수패의 추억
세월이 흘러 윤 감독은 포항을 떠나 대우로얄즈(현 부산)를 거쳐 1996년 K-리그에 참가한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1986년 한일은행을 통해 프로무대를 밟은 뒤 어느덧 10년차가 된 시절이었다. 팀의 베테랑으로 종횡무진 했다. 1996년 10월 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윤 감독은 포항의 간판 공격수가 된 황 감독과 다시 마주쳤다. 골 대결이 이어졌다. 경기시작 1분 만에 황 감독이 득점에 성공하며 선공에 나섰다. 윤 감독도 질세라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점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열기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경기가 중단됐다. 아디와 바데아, 유리를 그라운드에 내보낸 수원 벤치가 교체카드로 데니스를 내민 것을 본 포항 벤치 쪽에서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외국인 선수 3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음)을 들어 항의하자 주심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수원이 앞서 기록한 골이 모두 무효처리 됐고, 경기는 포항의 몰수승으로 허무하게 마무리 됐다. 황당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던 윤 감독 옆으로 황 감독이 다가와 속삭였다. "형, 형은 나이도 많은데 어떻게 그렇게 먼 거리에서 중거리슛으로 골을 넣으셨어요?"
양보는 없다
2000년 윤 감독은 수원 코치로 부임한 뒤 황 감독 영입을 추천했다. 당시 황 감독은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와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다. "여러 공격수를 찾았지만, 황선홍 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생각에 구단에 건의를 했다." 황 감독은 2000년 K-리그에서 수원 유니폼을 입고 윤 감독과 사제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다.
윤 감독은 "황 감독과는 지금도 서로 잘 지내고 있다. 예전에는 선후배 관계가 지금보다 엄해 살갑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잘 지내왔다"고 웃었다. 하지만 승부는 양보할 수 없는 법이다. 전남전에서 무승부에 그친 수원은 갈 길이 급하다. 포항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성남전 완승을 거둔 포항도 수원전 원정 무승 징크스 털기를 노리고 있다. 윤 감독은 황 감독과의 추억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황 감독과 승부를 갈라야 한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그동안 우리 팀은 포항을 상대로 홈에서 좋은 경기를 해 왔다. 안방에서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생각이다."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