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사퇴]못 다 이룬 '유쾌한 도전', 왜 떠나야 했나

기사입력 2012-04-10 23:32


◇허정무 감독. 괌=박찬준 기자

유쾌한 도전을 꿈꿨다. 그러나 결국 꿈에 그쳤다.

시민구단의 새 지평을 열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57)이 전격 사임했다. 그동안 갖은 논란 속에 고뇌했던 허 감독은 최근 사퇴 입장을 굳히고 구단 관계자들에게 뜻을 전한 상태다.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광주와의 2012년 K-리그 7라운드는 허 감독의 고별전이 됐다. 허 감독은 10일 밤 스포츠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전을 마치고 모든 것을 밝히려 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왜 떠나야 했나.

허 감독은 2010년 8월 지휘봉을 잡았다. 남아공월드컵을 마친 뒤 두 달 만이다. 축구협회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을 달성한 허 감독과 재계약을 원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고사했다. 2007년 12월 전남에서 FA컵 우승을 이뤄낸 직후 선장없이 표류하던 A대표팀의 키를 쥐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이 무산된 직후 축구협회가 단 하루 만에 허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곱지 않은 시선 속에 3차예선과 최종예선, 본선까지 준비해야 하면서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본선을 마친 뒤에는 차기 국내 지도자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련없이 재계약을 고사했다. 그리고 시민구단에서 새 출발을 꿈꿨다. 포항, 전남 등 기업구단에서 쌓은 노하우와 지도력을 바탕으로 인천을 명문 시민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가시밭길이었다. 1년 8개월 동안 지도자로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상황을 겪었다. 주전으로 낙점했던 골키퍼 윤기원의 죽음을 시작으로 K-리그 승부조작 파문, 주전 공격수 유병수의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 이적, 후반기 성적부진 속에 서포터스의 사퇴시위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구단 고위층도 도와주지 않았다. 최승열 단장과 인천시축구협회장 자리를 놓고 싸우던 조건도 사장이 인천에 둥지를 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조 사장 취임 뒤 선수단 지원 및 새 시즌 계획이 표류하자 허 감독은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사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선수단 임금체불사태가 벌어지자 조 사장이 관련된 모임을 중심으로 허 감독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불투명한 예산 문제, 허 감독의 고액연봉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올림픽, A대표팀 감독 시절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은 뒤 충격으로 한동안 인터넷과 연을 끊었던 허 감독은 직접 자판을 두드리며 구단 팬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구단주이기도 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초기만 해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입장을 바꿔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도 허 감독의 마음이 인천에서 떠나게 만든 요인이 됐다.

허 감독의 미래는?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온 허 감독이다. 남아공월드컵이 끝나기 무섭게 인천을 지휘하면서 쌓인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꽤 무겁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도자 중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을 이뤄낸 허 감독은 국내 최정상급의 지도자로 꼽힌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K-리그 팀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 시즌이 마무리 된 뒤 거취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장수(광저우 헝다), 오카다 다케시(일본·항저우 그린타운) 감독 처럼 해외진출을 노려볼 수도 있다. 허 감독을 떠나보낸 인천은 당분간 김봉길 수석코치 체제로 운영이 된다. 광주전을 마친 뒤에도 K-리그 37경기가 남아 있는데다, 올 시즌 강등팀이 정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 감독 인선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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