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심판 오심 잦은 이유 따로 있다

기사입력 2012-05-02 13:24



주, 부심이 없는 그라운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의 휘슬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심판들의 잦은 오심과 미숙한 진행이 속출하면 곤란하다. 그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10라운드가 흐른 K-리그가 '부실 판정'으로 멍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제주전(1대1 무)은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서울이 승점 3점을 도둑맞았다. 22일 인천-울산전(1대0 울산 승)에서도 오프사이드 오심이 있었다. 후반 16분 울산 이근호의 골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직전 마라냥의 결승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울산이 땅을 칠 뻔 했다.

28일 수원 스테보는 성남 에벨찡요의 발을 밟았다. 위해를 가하는 악의적인 파울이었다. 퇴장감이다. 주심은 상황이 발생한 지점에서 불과 4~5m 떨어져 있었지만 침묵했다. 스테보는 악명이 높다. 지난해 광주의 이 용, 지난달 1일 서울의 고요한이 그의 발에 밟혀 부상했다. 에벨찡요는 약 4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고위든, 아니든 발을 밟는 행위는 버릇일 수 있다. 엄정한 판정으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 심판들만 모르는 것 같다. 29일 전남-인천전(0대0 무)에서는 주심이 옐로와 레드카드를 구분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심에도 불구하고 경기 결과는 번복되지 않는다. 부상도 되돌릴 수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명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상처를 덮기에는 운명이 가혹하다.

K-리그 심판 사회가 왜 지탄의 대상이 됐을까. 이유는 따로 있다. 심판 권력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이재성 위원장이 물러나고 이운택 심판위원장이 선임됐다. 개혁의 칼을 꺼냈다. 심판 판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올시즌부터 세분화된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심판들은 매라운드 평가를 받는다. 세 차례 나눠 A-D등급 조정도 실시된다. 등급에 따라 심판들의 수당과 경기 배정수가 달라진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인적 구조 조정이 화를 불렀다. K-리그는 올해 전임심판의 연령상한제를 도입했다. 50세에서 끊었다. 정년을 정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심판 정년은 45세다. 도입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아무런 사전 공지없이 일산천리로 이뤄졌다. 주심 2명, 부심 3명이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적용 기준도 상식을 깼다. 1961년, 1962년생이 한꺼번에 '숙청'됐다. 만 50세 정년을 적용하면 1962년생 심판들은 1년 더 뛸 수 있다. 이들은 평균 300여 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일각에서는 신임 이운택 위원장이 1962년생이라 아무래도 껄끄러웠던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프로축구연맹은 "심판계의 인사 적체가 너무 심하다. 세대 교체가 필요했다"고 한다.

경험이 떨어졌다. 올시즌 K-리그 19명의 주심 가운데 50경기 이하 출전기록인 심판이 9명이나 된다. 부심은 20명 중 10명이다. 세대 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급진적인 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집중력이 저하되고 있다. 심판 자질 논쟁이 벌써 도마에 올랐다. 다음달부터는 야간 경기가 시작된다. 낮 경기보다 수배 이상의 집중력과 경험이 요구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올시즌 6강 플레이오프가 사라지고 스플릿시스템이 도입됐다. 시즌 중하반기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승점 1점 차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만에 하나 오심의 희생양이 되면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일선에서 물러난 한 심판은 "세대교체란 미명 하에 열심히하고 경험과 능력많은 심판들의 기회를 박탈했다. 함량 미달인 심판들을 대거 발탁했다. K-리그 품질저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심 논란 소식을 자주 접하다보니 마음이 무겁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1962년생 주, 부심 3명은 불명예 퇴진에 반발하고 있다.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연령상한제 도입 배경에 대해 연맹의 명쾌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답변이 불성실할 경우 법적인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

올시즌 K-리그 심판 조직은 첫 단추부터 꼬였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어디에서 잘못 설계됐는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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