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사후징계,명확한 절차-기준 확립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2-05-03 15:33


프로축구연맹이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0라운드에서 발생한 반스포츠적 행위, 심판 판정 항의와 관련한 징계를 확정했다. 상벌규정 제3장 17조 2항에 의거해 에벨찡요(성남 일화)의 발을 밟은 스테보(수원 삼성)에게는 2경기 출전 정지와 120만원의 제재금을, 수비수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에게 과격한 태클을 한 윤신영(경남FC)에게는 4경기 출전정지와 12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수원전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한 신태용 성남 감독에게는 경기 심판 규정 제4장 36조 5항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의 제재가 내려졌다. 사후징계는 2009년 모따(당시 성남) 팔꿈치 가격 사건으로 3경기 출전정지, 300만원 벌금을 부과받은 지 3년만이다.

명확한 상벌규정에 근거했지만 들여다보면 모호하다. 일련의 비신사적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일벌백계'는 환영한다. 그러나 징계의 대상, 기준, 수위에 대한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구체적이고 명문화된 규정이 필요하다. 이운택 심판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구단은 과격한 행위의 판정에 대해 '제소'할 수 있다. 라운드 후 심판위원 회의를 통해 퇴장을 당했든 안당했든 상관없이 추가징계하겠다. 각 구단도 판정 이외에 비디오 판독으로 사후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소'가 폭주할 수도 있다. '사후징계'의 원칙 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스테보-윤신영 원칙'인가.

연맹의 결정에 따라 스테보는 2경기, 윤신영은 4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휘슬도 울리지 않았던 스테보보다 이미 경고를 받았던 윤신영에 대한 징계 수위가 높았다. 홍정호의 정강이 8주 진단을 언급했다. 냉정하게 계산해보면 스테보의 경우 그가 범한 '비신사적 행위'에 비해 잃은 것이 없다. 성남전 전반 11분 응당 받았어야 할 퇴장 판정을 닷새 미뤘다 받았을 뿐이다. '사후 징계'가 아닌 '사후 적발'의 의미다. 스테보는 이날 성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결승골까지 넣었다. 상대팀은 주공격수 에벨찡요를 잃었고, 경기에도 졌다. 현장에선 이번 징계와 관련 "힘 있는 구단은 봐주고, 시도민구단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이냐"라며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축구팬들 역시 스테보, 윤신영의 징계 수위에 대해 '높다 낮다'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모든 것이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그렇다면 '스테보 원칙'을 향후 제기될 모든 사후징계의 판례로 보면 될까. 이 경우 심판이 고의성 짙은 파울을 보지 못해, 휘슬을 불지 않았을 경우 '2경기 퇴장과 제재금'을 '그대로' 소급적용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윤신영 원칙'은 홍정호의 8주 부상이 이유다. 노골적인 반칙으로 상대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을 경우 이미 그라운드에서 판정이 끝났더라도 추가징계를 염두에 두면 된다.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 다 받아주어라?

연맹 상벌규정 제1장 4조에 따르면 경기중 각종 위반행위, 심판에 의한 경고, 퇴장사항에 대해서도 사안이 중한 경우 추가징계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심판위원장 역시 '비디오 판독' 후 구단이 사후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문호를 활짝 열었다. 향후 심판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의 통로를 열어두겠다는 '오픈 마인드'는 좋다. 그러나 기준 없는 '오픈 마인드'는 위험하다. 늘 주장하듯 심판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구단들의 '아전인수식' 항의가 이어질 경우, 경기 후 심판들은 도마에 오른 수많은 판정을 놓고 다시 갑론을박을 벌여야 한다. 그라운드 포청천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추가징계 요건인 '사안이 중한 경우'라는 자의적 표현 역시 애매모호하다. 모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등장해 '사안이 중한 경우'가 어떤 것인지 결정해줘야 할 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사후징계 규정은 K-리그보다 엄정하다. 사후징계가 가능한 경우는 '볼이 없는 상태(off the ball)에서 모든 심판이 보지 못했을 때'로 한정된다. 스테보의 경우가 정확히 이에 해당한다. FIFA룰에 따르면 윤신영의 경우, 이미 그라운드 위에서 심판의 판단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재론하지 않는 것이 옳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심판에 대한 내부징계는 별도다. 그라운드에서 이미 끝난 심판 판정을 재론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어야 한다. 물론 그라운드 위 심판과 정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심판 판정에 공개 불만을 말할 경우 가차없이 '500만원' 재갈을 물리겠다는 고압적인 자세와 그라운드 판결에 대한 공식적인 이의는 다 받아주겠다는 '오픈마인드'는 상충된다. 즉흥적이고 애매하다. 사후징계의 대상과 수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명문화된 원칙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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