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감독, 홍콩축구의 미래를 손에 쥐다

기사입력 2012-05-09 11:38



지난달 25일부터 5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4세이하 유스페스티벌에서 한국은 9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일본이, 3위는 홍콩이 차지했다. 3~4위 단골 멤버였던 북한과 중국은 각각 4,5위로 밀려났다. 한국의 전승 우승도 화제였지만 항상 5~6위에 머물던 홍콩이 3위(6승1무2패)에 포진한 것은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이슈였다. 홍콩 14세 이하 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AFC 관계자는 "홍콩이 많이 발전해 경기를 보면서 놀랄 정도였다"고 전했다. 홍콩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출신 감독은 연신 미소를 띄었다.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에 스스로 뿌듯했다. '홍콩의 히딩크'로 불리는 김판곤 홍콩 청소년대표팀 총감독(43). 그가 홍콩에서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제2의 도전'에 나섰다.

K-리그에서 못이룬 '감독'의 꿈

김 감독은 홍콩의 명문 사우스차이나를 이끌고 2008~2009, 2009~2010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2009년에는 23세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동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홍콩의 히딩크'라는 칭호도 얻었다. 영웅이었다. 그의 뛰어난 지도력에 홍콩축구협회는 전임 감독으로 선임하려 했지만 사우스차이나를 택했다. 그리고 2011년 고향팀 경남의 부름을 받은 그는 수석코치로 K-리그에 복귀했다. 부산에서 세 번이나 감독 대행을 했지만 코칭스태프 개편 때 짐을 싸야 했던 그가 2008년 부산을 떠난지 3년 만에 금의환향한 것이다. 새로운 꿈을 펼칠 무대였다.

그러나 K-리그는 다시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남에서도 1년 만에 다시 짐을 꾸렸다. 김 감독은 "K-리그하고는 인연이 없었나 보다. 기회가 많지 않았고 좋은 환경에서 내 꿈을 펼칠 조건이 허락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2012년 1월 가족들이 있는 홍콩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홍콩 축구계는 분주해졌다. 스티브 로 사우스차이나 회장(홍콩 축구계의 거물이자 미디어 재벌)은 그를 홍콩축구협회에 강력 추천했고 김 감독은 진나 1월 청소년 대표팀 총감독에 올랐다. 18세 이하 홍콩의 모든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전권을 부여 받았다.

홍콩 축구의 미래를 쥐다

홍콩축구협회가 요구한 것은 단 한가지다. '홍콩 축구의 미래를 준비해 달라.' 2009년 동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홍콩 정부 차원에서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장기 발전 프로젝트가 발주됐다. 그 중 하나가 아카데미 시스템이고 연령별 대표팀 관리도 이후 시작됐다. 총 지휘를 김 감독이 하게 됐다. 그는 "현재 성인 대표팀에는 큰 기대를 하지 못하니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준비해달라고 하더라. 이 선수들을 키워서 함께 성인 대표팀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축구협회가 바라는 것은 한국 축구의 선진 기술과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 감독은 기술보다 기초를 강조했다. "홍콩 유소년 선수들은 훈련량이 상당히 적다. 기초 체력과 근력, 기본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축구협회에 1주일에 2번은 함께 운동할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달라 했다. 4개월동안 훈련했더니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나왔다. 선수들의 이해속도가 빠르다. 훈련을 잘 시키면 올림픽 연령대에서 강팀에 도전할만한 수준의 전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홍콩서 한국은 엿본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홍콩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하며 맺은 홍콩과의 인연이 올해로 12년째다. 홍콩 청소년대표팀의 동행도 앞으로 2년간 계속된다. 그가 경남 코치로 부임했을 때, 가족들은 홍콩에 남아 있을 정도로 홍콩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자신의 축구 뿌리를 내린 고향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꿈만은 버리지 못한다. 김 감독은 "승강제 때문에 지도자들이 많이 필요한 순간들이 올 것이다. 나도 잘 준비해서 기다린다면 다시 꿈을 펼칠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기회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와신상담해서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K-리그는 꼼꼼히 모니터링 한다. "최근에 경남에 몸담았기 때문에 경남도 관심이 많다. 부산이 요새 잘하고 있더라. 선수생활을 했던 울산은 역시 좋은 팀이다." 홍콩 축구의 미래를 위한 김 감독의 '제2의 도전'이 이제 시작됐다. 그의 K-리그 재입성 꿈도 함께 돛을 올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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