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아' 자일이 제주 복덩이로 변신한 이야기

기사입력 2012-05-09 13:26


지난달 29일 경남전서 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와 기쁨을 나누는 자일(가운데).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검은 방울뱀' 자일(24·제주)에게 지난해는 잊고 싶은 기억이다.

빠르고 드리블이 좋은 자일은 지난해 많은 기대속에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브라질을 떠나 처음으로 외국생활을 한 그에게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한국식 단체 문화, 한국 음식 등 적응해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향수병이 심해졌다. 조금씩 적응하려던 차에 사고가 터졌다.

7월 상주전을 앞두고 자일의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당시 통역이 코칭스태프에게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박경훈 감독은 당시 경기를 뛰지 못한 자일에게는 재활 훈련을 지시했고, 다른 선수들에게 휴가를 줬다. 자일은 '나만 못쉬게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후 훈련을 빠지는 일이 늘어나더니 결국 고향 브라질로 떠났다. 무단이탈이었다.

감정싸움이 이어졌다. 자일은 '구단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구단 측에서는 '단체 생활을 이해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선수 생활을 못하게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할 계획까지 세웠다.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결국 양 측이 한발씩 양보했다. 자일은 작년 말 한국에 들어와 고개를 숙였고, 제주는 1년 계약 연장을 선물했다.

이 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했다. 제주는 자일만의 성격을 인정하고, 배려해줬다. 룰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일의 개인생활을 허용해줬다. 자일도 성의있는 태도로 훈련에 임했다. 동료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한국말도 배우고, 서툴지만 조금씩 시도도 하고 있다. 자일이 변한데에는 지난해 얻은 아내의 힘이 컸다.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온 자일은 한결 안정감을 찾았다. 브라질 음식에 대한 향수는 아내의 요리솜씨로 해결하고 있다. 자일과 동료들이 함께 웃는 모습이 늘어났다. 박 감독은 "모두의 잘못이었다. 나부터 반성했다. 선수들에게도 외국인 선수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너무 열심히 하는 자일을 보면 흐뭇하다"며 웃었다.

자일은 올시즌 4골-3도움을 기록하며 제주 공격첨병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내 실력을 다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이 다 잘해줘서 마음을 열고 제대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선수다. 그의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 정교한 킥은 제주 공격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무기다. 자일을 항상 지켜보는 정진하 통역은 "자일이 팀이 졌을때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더라. 진정한 팀원으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일은 올시즌 목표로 팀의 우승을 꼽았다. 미안한만큼 간절한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에 발을 들인만큼 개인상을 받아 역사에 이름을 올려보는 것이라고 했다. 잘나가는 제주의 중심에는 '돌아온 탕아' 자일의 변신이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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