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전북전에서 골을 허용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울산 현대 선수들. 전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강한 뒷심은 올시즌 울산 현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전반에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인다. 이를 바탕으로 후반에 날카로운 '철퇴'를 가해 상대를 쓰러뜨린다. 울산 축구 팬들은 90분 내내 손에 땀을 쥐지만, 선수들에게는 조급함이 없다. 팽팽함 속에서도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흐른다. 매 경기 반복되는 공식은 아니다. 그러나 후반에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잦았다.
득점 기록으로 입증된다. K-리그(12경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5경기)에서 총 26골을 터뜨렸다. 이 중 전반에는 8골을, 후반에는 무려 18골을 넣었다. 편중 현상은 K-리그에서 높게 나타났다. 전반에는 3골, 후반에는 13골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전북전(1대2 패)에선 힘에 부쳤다. 0-2로 뒤진 후반 38분 이근호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전반 16분 사이 순식간에 두 골을 허용해 승부를 뒤집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울산은 승승장구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4룡 중 첫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6일 K-리그 순위도 맨 꼭대기에 올랐다. 사실 전북전은 고비의 첫 관문이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5월 전북전을 비롯해 FC도쿄전(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수원전까지 고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첫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전북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전반 무득점 행진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울산은 3월 16일 성남전(3대0 승)에서 전반 45분 이근호가 골을 터뜨린 이후 K-리그 7경기 연속 전반에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은 지난시즌보다 공격력이 한층 강화됐다. 이근호 김승용 등 일본 J-리거들이 영입됐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여기에 후반 특급조커로 맹활약하고 있는 외국인선수 마랴냥이 공격에 파괴력을 더한다.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으로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과의 맞대결에서는 후반 강력한 철퇴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북, 수원, 서울 등 전력이 비슷한 팀들과의 경기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선제골이 중요하다. 가면 갈수록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렵다. 전반부터 '철퇴축구'의 핵심인 정확하고 빠른 패스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더 높은 집중력도 요구된다. 울산은 이번 시즌 두 차례 패배를 모두 원정경기에서 당했다. 시즌 첫 패배는 3월 25일 대구에 0대1로 덜미를 잡혔다.
둘째, 측면 수비에 대한 불안감이다. 울산축구는 측면 수비에서의 작업을 통해 공격이 전개된다. 그래서 상대팀에 따라 측면 자원이 바뀐다. 제공권이 좋은 팀과 대결을 펼칠 때는 강민수가 나선다. 최재수는 공수전환 속도가 느리거나 날카로운 크로스가 필요할 때 기용된다. 오른쪽 측면은 김영삼이 전담하고 있다. 부상을 당한 이 용이 전반기 아웃 선언을 받은 뒤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다. 김 감독이 불안해 하는 이유다. 로테이션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수비진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조직력과 기복이 심한 측면 자원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승강제를 실시하는 내년을 대비해 스플릿시스템이 벌어지고 있는 올시즌 K-리그는 산넘어 산이다. 울산이 한계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고비를 넘는 묘수가 필요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