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전을 앞둔 최강희호의 마음 속에는 '방심'이란 없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레바논 원정에서 1대2로 진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A대표팀 선수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닮은 듯 다르다.
지난해 11월 레바논 참사를 당했던 조광래호와 12일 그때의 레바논을 다시 상대해야 하는 최강희호의 상황을 대변하는 말인 듯하다.
악몽이었다. 조광래호는 레바논의 반전에 뒷통수를 얻어맞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원정 5차전에서 1대2로 덜미를 잡혔다. 1차전에서 0대6으로 허무하게 패했던 레바논이 아니었다. 희생양은 젊은 피들이었다. 패배의 후폭풍은 거셌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실패의 위기론이 대두되자 사령탑이 교체됐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조광래 전 감독의 복수에 나선다.
7개월 전과 현재 대표팀의 닮은 점은 밝은 분위기다. 조광래호는 당시 중동 2연전에 대한 부담이 컸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벽을 넘어야 레바논도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광래호는 UAE를 2대0으로 제압했다. 레바논 원정을 기분좋게 떠날 수 있었다. 최강희호도 같은 상황이다. 9일 귀화선수들로 뭉친 '외인부대' 카타르를 4대1로 대파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과거에도, 지금도 박주영(아스널)은 없다. 박주영은 지난 레바논전에서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이번에는 '병역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병역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힌 뒤 태극마크를 달라던 최 감독의 조언을 무시했다. 또 다른 결장자도 있었다. 지난 레바논전에선 기성용(셀틱)이 결장했다. 과로로 인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아예 중동 2연전 멤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레바논전에선 김신욱(울산)이 경고누적으로 빠진다. 아쉬운 대목이다. 카타르전에서 골맛을 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김신욱의 결장으로 공격 루트가 줄어들 수 있다.
레바논의 선수 구성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닮았다. 한국을 충격으로 몰아넣는 골을 터뜨렸던 알사디와 아트위 등 95% 이상 스쿼드가 일치한다. 전술도 비슷하다. 레바논은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폈었다. 밀집수비로 한국의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으로 허점을 노렸다. 요하네스 부커 레바논 감독은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다른 점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다. 최강희호에는 조광래호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다. 조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믿었다. 박주영과 기성용이 빠지긴 했지만, 손흥민(함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등 교체를 포함해 올림픽대표 연령대 선수만 7명이나 기용했다.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 중 하나가 구심점 부재였다. 그러나 최강희호에는 공격-미드필드-수비에 한 명씩 기둥이 버티고 있다. 이동국(전북) 기성용 곽태휘(울산)가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체력회복 시간이 적다는 점도 다른 색깔이다. 조광래호는 UAE전이 끝난 뒤 같은 중동지역에서 레바논으로 이동해 시차가 없었다. 또 3일을 쉬었다. 그러나 최강희호에게 주어진 시간은 48시간이다. 최 감독은 "체력 회복에 큰 문제는 없다. 레바논도 경기를 하고 들어왔다. 똑같은 조건이다. 체력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준비를 잘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