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아스널FC)이 병역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주영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1층에서 홍명보 올림픽푹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병역 면제를 위해 연기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현역으로 군대 입대해 군복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박주영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장막을 걷어냈다. 정적을 깨고 무대 위에 섰다.
'병역연기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27·아스널)이 13일 세상과 만났다.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개를 숙였다. "유럽에서 축구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병역 연기는 이민이나 기피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병무청에 자필로 병역의무이행서를 제출했다. 병역 이행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반드시 이행할 것이다." 그라운드에선 늘 천진난만한 미소가 흐른다.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병역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지난해 8월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체류 자격을 얻은 그는 병역 연기 혜택을 받았다. 지난 3월 뒤늦게 밝혀졌다. 병역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일파만파,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간이 흘렀다.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지난달 13일 종료됐다. 박주영은 14일 극비 귀국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병역 논란에 대한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한 번은 꼭 털고가야 할 문제였다.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최 감독은 사흘 뒤인 17일 카타르-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에 출전할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의 이름 석자는 없었다. "어젯밤 12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외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최 감독의 아쉬움이었다.
박주영은 스스로를 장벽에 가뒀다. 소통하지 않았다. 독불장군이었다. 그러던 도중 주변의 아우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쑥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모교인 고려대 학보사 '고대 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병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말한 것을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애가 탔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최종엔트리(18명)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병역 논란은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홍 감독은 7일 시리아와의 평가전(3대1 승) 후 박주영과 만났다. 물줄기가 바뀌었다.
그는 뒤늦게 기자회견을 하게 된 데 대해 "공식적인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국가대표팀이나 올림픽팀이나 선수 선발은 감독님이 하시는 부분이다. 선수 선발 전에 선수가 먼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한 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진한 애정도 그를 움직였다. 그는 축구선수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 선수들과 함께 아주 좋은,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축구를 가장 하고 싶었다." 박주영은 2년 전인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홍명보호와 함께 호흡했다. 아쉽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실패했다. 그는 당시 "대회 전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15~16년 동안 축구를 했지만 후배들이 나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깨우쳐 줬다. 축구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며 감격해 했다.
박주영은 이제 병역 논란의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잠재워지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에 열광했던 모든 팬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더 이상 숨어서는 안된다. 귀를 열고 소통해야 한다. 단 한 사람의 비판도 달게 받아야 한다.
홍 감독은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할 계획이다. 그라운드에서 풀어야 할 몫도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