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스가 면담을 요구하는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치 권력이라도 가진 듯 구단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구단이 넘어져 있으면 손을 잡고 일으켜줘야 하는게 서포터스인데 오히려 손을 짓밟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자신의 팀'을 응원하던 K-리그 12번째 선수 서포터스가 순수성을 잃고 있다. 손에 잡힐 듯한 힘이 마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듯 압력을 가하는 단체행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팀 성적 향상'이라는 명제는 허울 좋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서포터스의 이름으로 구단에 '요구'를 하는 것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권력화되는 부작용이다.
권력의 태생은 이들의 조직 구성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부산물이다. K-리그의 대표 서포터스 중 하나인 수원 삼성의 '그랑블루(현이름 프렌테 트리콜로)' 조직구성을 보면 소모임 수는 약 50여개 이상. 전체 인원은 약 5만명으로 추정된다. 실제 활동하는 인원은 1만2000여명 정도다. 회장이 있고 그 아래 사무국장과 운영진 및 소모임장이 있다. 굵직한 안건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체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서포터스가 소모임의 집합체인만큼 각 소모임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힘 다툼이 치열하다. 또 소모임의 성격에 따라 응원 방식에 의견 차이를 보이다보니 서포터스 내 파벌이 생겼다. 문제는 회장 및 사무국을 둔 하나의 거대 조직체가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하면서 분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권력 다툼으로 인한 분열이 서포터스의 순수성을 갉아먹고 있는 징후가 목격되고 있다.
'군중 심리'가 삐뚤어진 힘 과시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수년 전 폭력사태에 자주 연루됐던 지방의 한 구단 서포터는 폭력 사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다수의 서포터스는 구단 운영에 큰 관심이 없다. 싸움이나 문제가 벌어지는 것은 군중심리가 가장 큰 원인이다. 1대1로 싸우면 다 피해도 집단으로 몰려다니다보니 폭력에 가담하게 된다. 이는 거대한 모임 속에서 강경파 소모임이 힘을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 행위'일 때가 많다."
순수 응원단체였던 서포터스는 압력단체가 아니다. 감독과 구단에 간섭하는 단체행동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라 생각하는 것은 권력의 이면이 그려낸 삐뚤어진 자화상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선수들이 한 발 더 뛸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줄 때 서포터스의 진짜 권력이 발휘된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해가 되는 집단행동은 그들 스스로 존재 가치에 흠집을 내는 행위일 뿐이다. 폭력적인 응원 또한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서포터스가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빠져나올 때 한국 축구의 응원 문화 또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서포터스가 K-리그와 함께 살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