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인천 집 앞 동네에서 놀던 중 한껏 포즈를 취한 형 하대성(뒤)과 동생 하성민.
두 살 터울의 형제는 초-중-고교에서 함께 공을 찬데 이어 프로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2009년 전북의 유니폼을 입고 하나은행 FA컵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제주를 상대로 90분동안 중원에서 환상의 호흡을 펼치며 5대2로 대승했다. 형제는 두 손을 맞잡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후 둘의 운명은 엇갈렸다. 형은 2011년 서울로 이적했고, 동생은 2012년 상무에 입대했다. 맞대결은 피할 수 없었다.
2012년 K-리그에서 두 번의 형제 대결을 펼친 형 하대성(27·서울)과 아우 하성민(25·상주). 지난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동생은 올시즌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3분 교체됐다. 상주는 0대2로 패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서울을 이끈 하대성은 경기 후 "동생의 얼굴을 보니 웃음만 나왔다. 상대지만 동생과 함께 뛰니 기분은 좋았다"면서 "함께 풀타임을 뛰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형제애를 드러냈다. 동생에겐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형제간의 생애 첫 대결이라 기대가 컸지만 실망감이 더 컸다. 충격은 오래 이어졌다. 박항서 상주 감독이 "성민이가 그동안 잘해줬는데 서울전 이후로 경기력이 떨어졌다"며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였다.
동생 하성민(왼쪽)과 형 하대성. 상주=하성룡 기자
지난달 28일 열린 두 번째 대결. 복수를 꿈꾸던 동생은 경기전부터 의지를 다졌다. "첫 대결은 내가 봐도 최악이었다. 형과의 대결 때문에 멘탈이 무너졌었다. 이번에 서울전을 앞두고 박항서 감독님이 '경기가 부담되면 내보내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잘 할수 있다고 얘기했다. 냉정해지려고 스스로 노력했다. 이기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경기전에 형이 살살하라고 얘기하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했다."
의지는 넘쳤지만 또 다시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첫 대결의 완패 때와는 달리 새로운 희망도 엿봤다. 경기 중 수차례 중원에서 대결을 펼쳤지만 '롤 모델'이었던 형에게 밀리지 않았다. 과감한 태클로 형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경기력에서는 상주가 압도한 경기였다. 90분 풀타임 활약 후 형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그는 "경기 끝나고 졌다는 생각에 형이 뭐라고 해도 안들렸다. 그래도 1차전보다 2차전에 내 경기력이 더 괜찮았다. 강팀을 상대로 선전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2일 외박을 받은 그는 경기도 구리의 형의 집을 찾아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경기에 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면서 하성민은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서울 홈에서 다시 꼭 대결을 펼쳐 이기고 싶다. 세 번째 대결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K-리그에서 펼쳐진 형제 대결은 이들만의 대결이 아니었다. 하대성-하성민 형제의 부모님도 머릿속이 복잡했단다. 하성민은 "아버지가 경기 전날 누구 응원해야하냐고 물어보셔서 아무도 응원하지 말고 경기만 보시라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하성민은 3차전을 그리고 있다. 가능성은 낮다. 서울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상주는 최하위다. 스플릿시스템이 적용돼 그룹이 나뉘면 두 팀의 맞대결은 더이상 없다. 하성민의 '복수'가 2012년 K-리그에서 펼쳐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