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스페인 전훈에서 이동국의 슈팅을 지켜보고 있는 히딩크 감독. 스포츠조선 DB
스포츠는 스토리다. 축구는 전쟁이다.
5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2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이 펼쳐진다. 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 올스타전답게 '스토리'가 넘쳐난다. 아무리 웃으며 뛰는 올스타전이라지만 그래도 '축구는 전쟁'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과 2012년 K-리그 최고스타들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이다. 팀2002에게 10년 전 한-일월드컵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화려한 축제 속에 스타플레이어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팀2012의 선수들 가운데는 월드컵을 '아픔'으로 기억하는 '비운의 스타'들이 적지 않다.
팀2012의 사령탑인 신태용 감독이 대표적이다. 신 감독은 명실상부한 K-리그의 '레전드'다. 16개구단 감독 중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팀2012 올스타 감독에 선임됐다. 1992년 신인왕으로 화려한 스타트를 끊은 후 2004년 은퇴할 때까지 12년간 401경기에서 99골 48도움을 기록했다. 최다골 기록은 올해 초 걸출한 후배 이동국에 의해 8년만에 깨졌지만, 최다 도움 기록은 여전히 신 감독의 것이다. 성남에서 무려 6번의 K-리그 우승을 맛봤고, 1995년, 2001년 두차례 MVP에 올랐다. 1996년 리그 29경기에서 21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에서 무수한 행운과 상복을 누렸던 그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불행했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10년 후 K-리그 그라운드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지략 대결을 펼치게 됐다.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 이동국 역시 한-일월드컵이 기억하는 '비운의 스타'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해 초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당시의 아픈 기억을 털어놨다. "너무 힘들었다. 특히 한국에서 경기가 열려 더욱 참기 힘들었다. 온 국민이 축구 때문에 열광하는 모습을 차마 내 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모두가 붉은 물결 속에 미쳐 있던 그 2주간 이동국은 술에 취해 살았다.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다. "한국 경기가 치러지는 2주 동안 새벽까지 술 마시고 일어나서 또 술을 먹고 폐인처럼 지냈다"며 눈물을 비쳤다. 시련은 선수를 강하게 했다. 서른세살 이동국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올시즌 17경기에서 12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0년이 지났고, 강산은 변했지만, 여전히 이동국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이동국의 '1박2일' 파트너 이근호에게도 월드컵은 쓰라린 기억이다.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3골을 몰아넣으며 본선행의 일등공신이 됐지만 정작 남아공 그라운드는 밟지 못했다. 최종 전훈지인 오스트리아에서 쓸쓸히 짐을 쌌다. 지난해 3월, 6개월만에 돌아온 A대표팀 온두라스전에서 2년만의 A매치 골을 쏘아올린 후 승승장구다. J-리그에서 금의환향한 올시즌 울산에서 김신욱과 '빅앤스몰' 콤비로 펄펄 날고 있다. 철퇴축구의 중심에 우뚝 섰다.
월드컵은 아니지만 올림픽 최종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맛본 'K-리그 올스타' 윤빛가람도 있다. 런던행을 꿈꾸며 '런던올림픽 백팩'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했건만, 지난달 말 발표된 올림픽대표팀 최종명단에 결국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스승'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10년 전보다 더 강해진 이동국이 '여전히 헝그리'한 히딩크 감독 앞에서 분노의 해트트릭을 터뜨리고, 'K-리그 뽀통령' 윤빛가람이 '승부차기 꽃미소' 홍명보를 제치고 '시크하게' 골을 성공시킨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리턴매치', 진 자도 이긴 자도 기분 좋을 '힐링매치'가 곧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