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의 추억에 젖어든 K-리그 올스타전, 화려하고 눈부셨던 5일, 한 선수가 쓸쓸히 세상을 등졌다.
부산아이파크의 수비수 정민형(25)이 5일 오전 8시40분 경기도 양주 한 식당 앞에 주차해놓은 자신의 차량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5일 밤 찾은 경기도 의정부 백병원의 빈소는 쓸쓸했다. 부산아이파크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당장이라도 달려나올 것만 같은 정민형의 영정 앞엔 주인 잃은 푸른 축구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조문객을 맞는 아버지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애써 정신을 추스렀지만 참척의 아픔은 끝내 감춰지지 않았다. 안병모 부산아이파크 단장의 위로에 왈칵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정민형의 어머니는 빈소 한켠에서 마르지 않는 눈물을 훔쳐내고 또 훔쳐냈다. 고통스러운 재활을 마치고 다음주 팀 복귀를 앞둔 막내아들의 믿을 수 없는 죽음 앞에 넋을 잃었다.
부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윤주일(수원시청) 김상록(울산미포조선) 등 선배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자정이 다 지나도록 외로운 빈소를 지켰다. "민형이는 정말 성실하고 착했다. 2군에서 훈련하며 같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자주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미드필드, 왼쪽 오른쪽 측면수비를 모두 볼 수 있는 좋은 선수였다. 참 열심히 했는데…"라며 눈물을 삼켰다.
밤 11시경 K-리그 올스타전 중계를 마치자마자 이상윤 충남일화(WK-리그) 감독이 달려왔다. 지난해 부산 2군 감독 시절 성실하고 깍듯한 정민형을 유난히 예뻐했다. '애제자'의 빈소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럴 놈이 아닌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라며 오열했다. 이 감독은 정민형이 세상을 등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스승'이다.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양주에 사는 이 감독은 의정부 집에서 재활하는 제자와 가까이 지냈다. 일주일 전에도 함께 저녁을 먹었다. '우울증'의 기미도, 평소와 다른 기색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팀 복귀를 앞두고 밥을 사겠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가 오리집에서 저녁 먹고, 집에 데려와 과일도 먹였다. 재활이 잘 됐으니 이제 팀에 가서 정말 열심히 해볼 거라고 했는데, 이럴 수는 없다. 말도 안된다. 믿을 수 없다"며 제자의 죽음에 비통해 했다. "그놈이 그날 우리 아들한테 보호대도 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 내려가기 전 한번 더 보자"는 약속이 마지막이 됐다. 제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국국제대학교 출신의 수비수 정민형은 2010년 대학감독 추천으로 테스트를 받고 부산에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의욕이 지나쳤던 탓일까, 피로골절 등 부상이 잦았다. 2011년 여름 승부조작 사건 후 수비수 4명이 빠져나간 부산에서 기회를 잡았다. 6경기에 출전하며 안익수 부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2012년 야심차게 떠난 일본 구마모토 전지훈련에서 또다시 아픔을 맛봤다. 부상으로 조기귀국했다. 애꿎은 트레이너에게 공연히 화를 낼 만큼 상심이 컸다. 2개월의 끈질긴 재활 끝에 3월 제주전에 교체 투입됐다. 4월 10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그토록 꿈꾸던 올시즌 첫 선발의 기회를 잡았다. 또다시 부상에 울었다. 전반 종료 직전 발목을 밟힌 후 들것에 실려나왔다. 3개월간 나홀로 재활에 전념했다. 9일 팀 복귀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해요. 두 분을 보지를 못하겠어요. 하늘나라에서 뵈요. 하나님께 용서를 구한다. OO아 하늘에서 응원할게'라는 유서를 남겼다. 상암벌이 붉은 함성와 웃음으로 가득 찼던 5일, 그라운드를 열망하던 한 선수가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