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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구단의 주인이라고 가정해보자. 성적 향상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선수 영입? 수당 인상? 아마도 감독 교체가 우선일 것이다. 감독 교체는 단기간에 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수많은 감독들이 이 명제 아래 파리 목숨처럼 잘려나갔다.
축구는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종목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는 선택과 조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일단 수도 없이 많은 포메이션 중 팀구성원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형을 골라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떤 조합으로 선수들을 구성할지 택해야 한다. 포백보다 스리백이 어울리는 선수단이 있고, 투톱보다 원톱이 맞는 팀이 있다. 윙백에 공격적인 선수를 세울건지, 아니면 수비적인 선수로 세울건지, 측면에 왼발잡이를 그대로 왼쪽에 기용할지, 아니면 오른쪽에 기용할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축구다. 이 모든 선택의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감독들은 다양한 변화를 실험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인해 변화에 한계가 있다. 신임 감독은 기존의 실패한 틀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전 감독이 찾지 못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김학범 감독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던 웨슬리를 과감히 최전방에 배치하며 해트트릭을 이끌어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분류되던 박지성을 윙포워드로 기용하며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달성했다. 펩 과르디올라 전 바르셀로나 감독은 오른쪽 윙포워드였던 리오넬 메시를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시키며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로 바꿨다. 감독 교체는 선수 영입 없이 기존의 자원으로 팀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감독 교체의 가장 큰 노림수는 동기부여다. 감독 교체 후 바로 승전보가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은 신임 감독 부임에 따른 동기부여가 잘 됐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은 대전전이 끝난 후 "오늘 경기에서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눈을 부릅뜨고 선수들을 지켜봤을 뿐"이라고 했다. 이처럼 신임 감독은 선수단에 새로운 비전과 긴장감을 제시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준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팀내 건전한 경쟁도 이루어낸다. 기존의 베스트11의 경우 새로운 주전경쟁의 시작으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후보 선수들에게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준다. 신임 감독들이 첫 경기서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을 전격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술과 마찬가지로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맹장 스타일이 맞는 팀이 있다면, 덕장 스타일이 제격인 팀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조제 무리뉴 감독 아래서 트레블(리그, FA컵, 유럽챔피언스리그 3관왕)을 달성했던 인터밀란은 '지장' 지안 가스페리니 감독이 스타 선수들을 휘어잡지 못하며 바로 망가졌다. 감독 교체는 패배주의에 무너지던 팀에 새로운 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