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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를 위한 응원은 없다.'
과연 전북전에서 보여준 일부 서포터스의 행동은 옳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들의 퍼포먼스는 수원의 전북전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그라운드로 들어선 수원 선수단은 무거운 침묵 속에 관중석을 외면했다. 연패에도 남아있던 일말의 자신감은 걸개를 보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 경각심과 투혼보다 실망감이 더 컸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라커룸으로 다시 들어오는 선수들의 고개가 축 늘어져 있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수원의 이날 전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주전 골키퍼 정성룡은 올림픽대표팀 차출, 풀백 오범석과 백업 수비수 곽희주는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동원과 홍순학, 신세계가 빈 자리를 채웠지만,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졌다. 측면 공격을 강조하는 전북의 전력을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어려운 승부였다. 여기에 심리적으로 흔들렸으면 결과는 자명한 것이었다.
최근 수원 서포터스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크게 소수의 매파(강경파)와 다수의 비둘기파(온건파)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얼마 전부터 매파가 의사결정 기구를 장악하고 전면에 나선 형국이다. 이들은 8일 경남전 패배 뒤 시즌 종료 시점까지 후반 30분 이후부터 네거티브 응원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뜻이 불투명한 가운데 소수 결정권자들 사이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 년간 수원을 응원했던 한 서포터스는 "최근 서포터스 내부를 들여다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활동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맹목적인 비난으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감독과 구단에 간섭하는 단체행동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라 생각하는 것은 권력의 이면이 그려낸 삐뚤어진 자화상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선수들이 한 발 더 뛸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줄 때 서포터스의 진짜 권력이 발휘된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해가 되는 집단행동은 그들 스스로 존재 가치에 흠집을 내는 행위일 뿐이다. 폭력적인 응원 또한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1995년 서포터스 태동기부터 K-리그 응원 문화를 주도해 왔던 수원 서포터스라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점이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