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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태휘.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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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뜨는 해는 지게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세월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클래스는 좀처럼 쉽게 꺾이지 않는다. '올드보이'가 박수를 받는 이유다.
한 여름에 접어든 K-리그에서 올드보이들의 투혼이 뜨겁다. 어느덧 K-리그의 대세가 된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꿋꿋하게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활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에너지다.
'철퇴 축구'로 바람몰이를 하는 울산 현대가 자신있게 내놓는 카드는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31)다.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울산 유니폼을 입은 곽태휘의 축구인생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중요한 시기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혀 홀로 눈물을 삼킨게 여러 번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직전 평가전에서 부상해 쓸쓸히 귀국길에 오른 기억도 여전하다. 올해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달 17일 팀 훈련 도중 오른쪽 골반 근육이 부분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쉼없이 달려오며 누적된 피로를 이겨내지 못했다. 선두권을 향해 달려가던 울산은 흔들렸다. 그러나 곽태휘는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 다시 떠올랐다. 22일 광주FC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꽉 막혔던 울산의 체증을 단숨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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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국.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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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접어드는 1979년생 동갑내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동국(전북 현대)과 김은중(강원FC)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동국과 김은중은 외국인 공격수가 득세하는 K-리그 득점랭킹에서 토종의 자존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동국은 20경기 13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이다. 외국인 공격수의 대표주자 격인 데얀(몬테네그로·21경기 13골)과 피말리는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시즌 동안 이어지는 앙숙의 맞대결은 토종과 외국인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강원으로 둥지를 옮긴 김은중의 활약은 예상 밖이다. 선수층이 얇은 강원에서 든든한 지원군 없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리그 11골(3위)로 친구 이동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드보이'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리그 일정이 30경기에서 44경기로 늘어나면서 중심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경험이 부족한 후배 선수들을 끌고 가는 베테랑의 역할이 필요하다. 주장이라는 공식적 직책 외에도 정신적 지주로 코칭스태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 활로가 뚫리지 않을 때 이들의 한방이 승부의 흐름까지 바꿔놓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올드보이'는 K-리그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박주영(27·아스널)과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23·셀틱), 이청용(24·볼턴) 등 K-리그가 키워낸 재목들이 유럽 무대를 호령하면서 관심이 뜸해지는 가운데 새로운 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찌감치 재능을 보이는 신예들이 해외 진출을 선호하면서 생긴 풍경이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올드보이'들의 활약은 K-리그 전체 흥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의 활약이 영원할 수는 없다. 리그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후배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거기다 외국인 선수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세월의 향기 짙은 이들이 K-리그 극장에서 펼쳐 보이는 드라마를 지켜보는 것은 결코 놓치기 아까운 재미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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