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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골로 말한다. 부서지기 전에 무너뜨려야 한다.
유로 2012에서 2연패를 달성한 스페인 축구의 향기가 홍명보호에 흐르고 있다. 스페인은 변화무쌍한 4-3-3 전술로 유럽을 제패했다. 미드필드의 부스케츠, 알론소, 차비, 스리톱의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실바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필승 전략인 A루트 역시 '가짜 9번'인 '제로톱'이다. 흥미롭게 지켜볼 최고의 관전포인트다. 홍명보호의 근간은 4-2-3-1 시스템, 원톱은 박주영(아스널)의 몫이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좌우측 날개는 김보경(세레소 오사카)과 남태희(레퀴야)가 선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셀틱)과 박종우(부산)가 출격한다.
뉴질랜드(2대1 승), 세네갈(3대0 승)전에서 공격라인의 포지션은 파괴됐다. 박주영은 고전적인 원톱과는 거리가 멀었다.
1m82인 박주영은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그는 스페인 파브레가스(1m79)의 '가짜 9번' 역할을 맡는다. 활동반경이 넓다. 고립을 피하기 위해 미드필드까지 진출한다. 좌우측 날개로도 수시로 이동한다.
역학 구도의 중심이 이 박주영이다. 그의 전천후 활약은 상대 수비를 혼란시키기에 충분했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배후의 공간을 창출했다.
구자철은 차비의 임무와 흡사하다. 공수 가교 역할을 한다. 박주영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패스를 전개한다. 때론 박주영과 투톱을 이룬다. 박주영이 최전방을 비우면 2선 침투로 그 자리를 메운다. 김보경과 남태희도 박주영의 위치를 살피면서 중앙을 파고든다. 둘의 위치 변경도 수시로 이뤄진다. 이니에스타와 실바의 역할이다.
여기에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은 홍명보호의 특별한 병기다. 좌우측의 윤석영(전남)과 김창수(부산)는 한계가 없다. 지칠 줄 모르는 오버래핑으로 상대를 교란한다. 공격에 가담하면 예리한 크로스로 마침표를 찍는다. 윙백 자원이 공격에 진출하면 박종우가 수비에서 중심을 잡는다.
기성용이 열쇠를 쥐고 있다
볼은 인간보다 빠르다. 스페인의 제로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90%에 가까운 패스 성공률 때문이다. 패스로 공간을 지배한다. 최전방에선 짧은 패스로 순식간에 벽을 허문다. 수비형 미드필더 알론소가 후방에서 찔러주는 종패스도 오차가 없다.
한국은 5월 31일 스페인과 A매치를 치렀다. 1대4로 완패했다. 부상의 그늘에 갇혀 관중석에서 관전한 기성용은 혀를 내둘렀다. 무결점의 스페인 축구에 반했다. 같은 포지션의 알론소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는 경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알론소의 플레이, 그의 패스는 놀랍다. 알론소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최고'라고 소감을 전했다. 비록 적으로 맞닥뜨린 상대지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기성용이 알론소의 역할이다. 제로톱의 열쇠를 쥐고 있다. 전망은 밝다. 그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송곳같은 패스를 좌우, 중앙으로 뿌렸다. 방향전환에 이은 롱패스도 정확했다. 과감한 중거리 슛도 무기다. 세네갈전에서 경기 시작 3분 만에 나온 그의 골은 사전에 약속돼 있는 플레이였다. 수세시에는 거친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다.
2무1패(1988년 서울)→3무(1992년 바르셀로나)→1승1무1패(1996년 애틀랜타)→2승1패(2000년 시드니)→1승2무(2004년 아테네)→1승1무1패(2008년 베이징). 한국 축구의 올림픽 조별리그 성적이다. 8강에 오른 대회는 2004년이 유일하다. 2승, 1승1무를 거두어도 떨어질 수 있다. B조의 한국, 멕시코, 스위스, 가봉은 전력이 엇비슷하다. 기선 제압에 사활이 걸렸다. 첫 승이 중요하다.
홍명보호는 제로톱으로 멕시코의 골문을 노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