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홍명보 감독 후회없는 도전이 시작됐다

최종수정 2012-07-26 08:25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3일 뉴캐슬 대학 코크레인파크 스포츠클럽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공을 밟고 있는 모습이 태양을 등지면서 실루엣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홍명보호는 26일 뉴캐슬에서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며 29일 스위스, 다음달 1일에는 가봉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뉴캐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이 길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이라면 피하고 싶지는 않다. 선수 시절 쌓아놓은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겠다."

2005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의 출사표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3), 그는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를 필두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섰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피날레였다.

미래가 탄탄대로였다. 은퇴 후에는 차근차근 행정가 수업을 받았다. 돌발변수가 생겼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베어벡 코치를 앞세운 아드보카트 감독이 끈질기게 구애했다. 결국 두 손을 들고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온갖 시샘으로 가득했다. 지도자 자격증이 문제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감독 후보 1순위였지만 "초등학교 감독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대표팀을 이끄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면서 결국 낙마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감독 홍명보 시대가 열렸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다. 우려는 여전했지만 훌륭한 첫 단추로 잠재웠다. 그 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연출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윤석영(전남) 오재석(강원)등 한국 축구 미래들이 세상에 나왔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두 번째 도전이었다.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다. 기대가 실망으로, 다시 희망으로 바뀌었다. 금메달 외에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병역 혜택이 걸린 금메달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신적 부담은 발을 무겁게 했다. 결승 진출 문턱인 4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를 만나 연장 혈투를 치렀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물러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란과의 3~4위전은 그의 시계를 다시 돌려 놓았다. 1-3으로 뒤진 후반 33분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박주영(아스널)이 골문을 열었다. 이어 지동원(선덜랜드)이 후반 43분과 44분 릴레이 포를 작렬시키며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11분간의 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 감독은 헌신을 다한 박주영과 뜨겁게 포옹했다. "대회 전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15~16년 동안 축구를 했지만 후배들이 나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깨우쳐 줬다. 축구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홍명보호의 주소였고, 박주영의 감격이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린 그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약했다. 사나이들의 약속이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A대표팀과의 중복 차출로 마음고생을 했다. 올림픽 예선의 경우 A매치와 달리 선수 소집 의무 규정이 없다. 유럽파는 논외였다. J-리거도 읍소를 해야 가능했다. 어떻게 변할 지 몰라 베스트 11이 없었다. 무명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미소는 잃지 않았다. 홍 감독은 "우리 팀은 스토리가 있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탁월한 용병술은 다시 한번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난 너희들을 위해 항상 등 뒤에 칼을 꽂고 다닌다. 너희들도 팀을 위해 등 뒤에 칼을 하나씩 가지고 다녀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독이 책임진다는 메시지였다. 선수들을 향해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 뛰어가라는 명령이었다. 홍명보호는 생존했다. 조 1위로 런던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말로 박주영의 병역 연기 논란을 잠재웠다. 홍정호(제주) 장현수(FC도쿄)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부상으로 잇따라 낙마했다. 시련은 있지만 쉼표는 없다. 그 날이 왔다. 꿈에 그리던 런던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64년 전인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는 멕시코를 상대로 첫 승(5대3 승)의 환희를 누렸다. 토양은 업그레이드됐다. 조별리그 통과를 넘어 사상 첫 메달이 목표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싸우고 돌아오겠다." 홍 감독의 후회없는 도전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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