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북한 국기 해프닝에 홍명보호 불똥

최종수정 2012-07-27 09:11

우리나라와 북한은 지구상 유일의 분단 국가다. 이 사실 하나로 우리나라는 서구 언론의 영원한 흥미거리인가보다. 북한 관련 사건이나 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반응도 빠지지 않는다. 북한 사건=한국 반응이 고정적인 기사 레퍼토리인 셈이다. 이번 2012년 런던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북한 관련 사건이 나자마자 서구 언론들은 어김없이 한국팀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만의 공식대로였다.

26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든파크에서 열린 북한과 콜롬비아의 여자축구 조별리그 G조 1차전 시작 전 선수 소개 시간에 인공기가 태극기로 바뀐 해프닝이 발생했다. 격분한 북한 선수단은 경기 입장을 거부했다. 경기는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COG)는 북한 선수단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겨우 마음을 푼 북한 선수단은 경기에 임했고 콜롬비아를 2대0으로 잡았다. 큰 이슈가 됐다. 서구 신문과 방송들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불똥은 홍명보호로 튀었다. 인공기 태극기 사건 다음날 서구 언론 기자들이 뉴캐슬로 모여들었다. 0대0으로 경기는 끝났다. 수준높았던데다 향후 B조의 향방을 가늠할 경기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있었다. 다들 경기력에 대한 질문을 잔뜩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서구 언론 기자의 질문이 분위기를 흐려놓았다. 첫번째 질문 기회를 얻자마자 "어제 북한 여자축구 선수단의 국기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자리에 있던 한국과 멕시코 기자들은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 야유를 했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LOCOG 관계자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 감독은 "전혀 아는바가 없다"면서 짧게 답했다.

서구 언론은 집요했다. 몇 차례 경기력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갔다. 다른 기자가 마이크를 잡더니 "분위기는 알겠지만 다시 한번 묻겠다. 국기가 바뀌는 사건 때문에 한국 선수단이 어떤 영향을 받았나"고 질문했다. 홍 감독은 다시 한 번 "아는 바가 없다. 따라서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마무리되는가 했지만 집요함은 멈추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 시작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서구 언론 기자들이 나타났다. 기성용(셀틱)을 불러세웠다. 기성용은 학창 시절 호주에서 유학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에서 활약하면서 유창한 영어를 자랑한다. 이들의 질문은 역시 북한의 사건에 대해서였다. 기성용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는 바가 없다. 할 말이 없다"고로만 대응했다.

이런 일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있었다. 당시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윤옥희가 우승을, 북한의 권은실이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 몇 시간전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있었다. 서구 기자들은 이 기자회견장으로 몰려와 "연평도 포격 사건이 경기력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가"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흐린 바 있다.
뉴캐슬(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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