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슬픈 기억이다. 당시 홍 감독의 목표는 금메달 획득이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준결승에서 발목이 잡혔다.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지만 골이 없었다. 오히려 연장전 종료 직전 골을 허용했다. 0대1로 졌다.
그런데 홍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브라질과의 4강전을 이틀 앞둔 6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부담감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안다"고 자신했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일까.
답은 '공유'다. 2년전 광저우를 준비하던 홍명보호에는 금칙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병역 면제'였다. 선수들은 병역 면제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의도는 좋았다. 병역 면제를 위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려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막고자했다.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였다. 역효과가 났다. 분명 선수들의 머리 속에 병역 면제가 떠올랐다. 어느 정도 수다를 떨면서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억누르기만 하니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당연히 선수들의 플레이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었다.
'이등병의 편지' 사건이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5일 새벽 영국과의 8강전이 끝나고 난 뒤 라커룸이었다. 감격에 겨운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감격의 눈물이었다. 눈물이 마를 때쯤 노래가 흘러나왔다. '집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였다. 선수들은 모두 웃었다. 웃음의 의미는 컸다. '분명 4강전에서는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뛰는 것은 맞다. 다만 그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웃은 뒤 싸이가 부른 강남 스타일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날렸다.
캡틴 구자철은 "코칭스태프에서 병역 면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도록 오픈했다. 이 덕분에 선수들이 부담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