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각본대로 움직인다면 생명력은 없다.
예상못한 이변에 놀라고,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K-리그는 지구촌에서 가장 변수가 많은 리그 중 하나다. 이변만을 놓고 보면 누구도 못말린다. 그래서 흥미만점이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5라운드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1위 전북과 최하위 대전이 5일 만났다. 무대는 전북의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전북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15경기 연속 무패(12승3무)를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고공행진의 길목에 대전은 적수가 아니었다. 천적이었다. 2008년 6월 25일 이후 4년간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9경기에서 7승2무를 기록했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컸다. 대부분이 전북의 압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두 눈을 의심케했다. 대전이 1대0으로 승리하며 전북의 무패행진을 16경기에서 저지했다.
하루가 지난 6일 전북은 "패인을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대전은 "전북 선수들이 더위를 먹은 것 같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유상철 대전 감독은 "내려놓으니까 큰 게 왔다"며 "솔직히 전북전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인천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주와의 경기에서 실수를 한 정경호와 체력적인 부담이 많은 김형범을 제외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무승부만 해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연쇄 반응도 흥미롭다. 4일 강원을 3대2로 격파한 2위 서울(승점 52)은 예상밖 낭보였다. 전북(승점 53)과의 승점 차가 1점으로 유지됐다. 사정권이다. 표정관리 중이지만 전북처럼 이변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스플릿시스템에서 강팀이 약탐에 잡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축구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강팀이 약팀에게 잡히는 것이다"며 "우리도 그런 경우가 오면 힘든 리그 운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은 이날 승리로 16위에서 14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꼴찌로 내려 앉은 광주와 15위 전남은 대전의 기적이 마냥 부럽다.
8강 구도의 판도 깨졌다. K-리그는 26일 30라운드를 끝으로 스플릿시스템이 실시된다. 상위 8개팀이 그룹A, 하위 8개팀이 그룹 B에 포진해 분리, 운영된다. 대구와 경남의 운명이 바뀌었다. 경남이 4일 홈에서 대구를 4대1로 대파하며 8위(승점 33) 자리를 꿰찼다. 8위권을 유지하던 대구는 9위(승점 32)로 떨어졌다. 분기점까지 5경기가 남았다. 두 팀의 승점 차는 1점이다. 10위 성남(승점 30)이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11, 12위 인천(승점 27), 상주(승점 26)도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K-리그는 떨고 있다. 안갯속이다.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모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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