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정인환, "축구가 재미없던 때도..."

최종수정 2012-09-26 09:02

경기 중 골을 넣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정인환.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보람도 없고, 즐거움도 없고. 돈 때문에 했다고 할까".

시즌 초만 해도 그랬단다. 운동장에서 별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자.

"축구가 재미있어요. 숙소에 있으면 빨리 운동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거린다니까요."

'힐링캠프'라도 다녀온 걸까. 180도 달라졌다. 의욕으로 꿈틀거린다. 물론 똑같은 선수의 말이다.

인천의 '캡틴' 정인환(25)이다. 올시즌 급부상한 중앙수비수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까.

'태극마크'의 힘이다. 8월15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최강희 감독의 눈에 들었다. 풀타임을 소화했다. 11일 우즈베키스탄 원정 멤버에도 포함됐다. 아쉽게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18명 엔트리에 든 것으로 만족해요. 경기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죠"라고 했다.

국가대표 발탁, 축구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운동장에 나서는 게 설레고, 기다려지고 그래요. 그동안에는 생각없이 플레이를 했던 것 같은데, 이제 조금씩 축구에 눈을 뜨고 있는 것 같고. 하여간 재미나요." 말이 이어진다. "어려서는 축구가 좋았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돈 때문에 하게 되더라구요. 별 목표도 없이. 이제 다시 축구가 좋아졌어요." 다시 찾은 축구의 재미다. 목소리에서 '신바람'이 느껴진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누구보다 최고다.

얼마전에는 해외진출 제의도 받았다. 카타르의 알 살리얀이 손길을 뻗쳤다. 현재 연봉의 두배가 넘는 조건이었다. 재정이 불안한 팀에서는 보내고 싶었다. 거절했다. '돈보다는 명예와 의리'를 택했다. "김봉길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이만큼 성장했는데. 대표팀의 명예도 있고 갈 이유가 없었죠. 이제 돈때문에 축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제 눈을 뜬 축구, 다시 찾은 재미다. K-리그에서의 활약도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30경기에 출전, 4골-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위클리 베스트11에는 7번이나 선정됐다. 눈에 띄는 성적표다.

그같은 변화에 인천도 달라졌다. 초반의 인천이 아니다. 그룹A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초반 하위권에서 9위까지 뛰어올랐다. "멤버는 그대로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플레이 자체가 달라졌어요. 초반만 해도 경기장에 나가면 선수들이 머뭇머뭇 하고, 공을 잡으면 패스하기가 꺼려지기까지 했죠. 믿음이 없었다고 할까. 이제는 서로 알고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요. 자신감도 생겼고." 팀도 정인환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그래도 B그룹이다. 목표가 흐릿해 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왜요? 9위라는 목표가 있잖아요"라고 반문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뛰는 것 자체가 목표인 듯 하다. "공 차는 것도 재미있고, 훈련시간이 가리려지고…." 분명 그렇게 보인다.

그 '엄청난' 재미 속에서 '진짜' 목표를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나온다. "브라질월드컵이요." 역시 태극마크다. 2014년 월드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어지는 말에서는 듬직함이 느껴진다. "지금보다 조금 더 성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는 눈도 많아지기도 했고. 남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국가대표로서 모범을 보여야죠." 멋진 정인환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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