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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라는 같은 곳을 봤고, 같은 길을 걸었고, 같은 꿈을 꾸었다. 그런데 스플릿 라운드 들어 3경기 1승 2패를 기록하는 동안 5연승 서울과의 승점 차는 어느새 17점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반전의 포인트로 짚은 것이 바로 '개천절 슈퍼매치'였고, 오늘도 승리하며 대 서울전 7연승을 챙겼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ACL 진출권'엔 손이 닿았고, 먼발치에 있는 '우승'을 향해서도 희망의 손길을 내밀었다.
서울의 수비형 미드필더 한태유-고명진, 중앙 수비 김진규-김주영 사이를 파괴하는 것이 수원 공격진의 핵심 임무였고, 이 진영에 위치한 라돈치치-스테보의 '트윈 타워'는 돋보이는 피지컬로 볼을 키핑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러한 패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면, 정확한 공중볼을 제공해줄 수 있었던 보스나가 경고 누적 퇴장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는 점과 서울이 구축한 기본 수비 대형의 악착같은 마크로 결정적 기회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 중앙에서 뚜렷한 마무리 형태를 보이지 못한 공격 루트는 재차 측면으로 나가 크로스로 이어졌다.
수원의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준 것이 양 날개 이상호와 서정진의 활약이었다. 이 선수들이 중앙으로 침투하면서 사실상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해냈고, 스테보가 종종 측면으로 빠지며 스위칭을 이뤄냈다. 투톱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구간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메워준 이 선수들은 '가는 선'의 축구를 그렸고, 수원의 공격은 투톱의 머리를 겨냥한 '굵은 선'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폼이 나날이 뛰어오르는 게 보일 정도인 서정진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활약할 수 있는 훌륭한 색깔이었다.
서울, 조급해할수록 침묵은 계속된다.
경기 보는 내내 떠올랐던 사람, 바로 하대성. 앞서 언급한 보스나의 부재는 수원엔 공격 옵션의 여부로 작용했을지 몰라도, 하대성의 부재는 서울에 있어 '죽느냐 사느냐'의 중대한 문제였다. 한태유-고명진 모두 분투했으나, 이들만으로 공격의 흐름을 꾸준히 살려나가기엔 역부족이었다. 5연승을 거두는 동안 12골이나 퍼부었던 서울의 공격력이 수원전에서 또 한 번 침한 데에는 공-수 연결고리가 끊어진 이유가 컸다.
허리에서의 볼 배급이 순탄치 않았던 상황에서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측면의 기동력과 스피드였다. 이상호, 서정진이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다소 헐거워진 측면은 에스쿠데로, 몰리나, 최태욱에게 양상민, 오범석과 일대일 경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고, 이들은 중앙의 데얀을 향해 크로스를 제공하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반 20분을 못 넘기고 에스쿠데로와 최태욱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불상사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본의 아니게 교체 카드를 두 장이나 써버린 서울의 흐름도 끊겨버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데몰리션은 침묵했고, 김용대는 흔치 않은 궤적의 크로스, 소위 '크로슛 혹은 슈터링'라 불리는 킥에 결승골을 내주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후의 흐름인데, 그동안의 맞대결에서도 그래 왔듯 서울이 선제골을 내준 뒤 이미 승부를 지레 포기하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는 것이다. 절박함이 오히려 조급함으로 바뀌고, 후반 중반을 넘어서는 호흡 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른 팀을 상대로는 후반 막판에도 골을 터뜨리며 역전승까지 거두는 저력이 수원전에선 발휘가 안 되는 것, 그것이 곧 서울의 침묵이 계속되는 이유 아닐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