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 신화를 이뤄낸 올림픽대표팀. 지난 8월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2대0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을 따낸지 2개월이 지났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3년간의 강행군이 지친 몸을 추스리며 휴식 삼매경에 빠져 있지만 향후 진로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이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가장 먼저 새출발을 선언한 이는 김봉수 골키퍼 코치. 그는 7일 경기도 하남 쳔현초등학교에서 '김봉수 골키퍼 클리닉' 오픈식을 갖고 유소년 골키퍼 육성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는 코치가 아닌 클리닉의 감독으로 새 출발을 선언한 그는 "선수 은퇴를 하고 나서 바로 생각한 것이 유소년 골키퍼 클리닉이었다. 그동안은 그럴 환경이 만들어지지 못해 열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가르친 선수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좋은 골키퍼로 성장해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제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차근차근 많이 준비해 이뤄나가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오픈식에서 한 달 여만에 만남을 갖고 서로의 근황을 전했다. 3년 간 동고동락했지만 한 달만의 만남이 영 어색했는지 김태영 코치는 "서먹서먹하네"라고 농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었다.
홍 감독의 스케줄은 연예인 못지 않다. 올림픽 이후 한 동안 각종 만찬회와 환영식에 참석하느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그. 지난 한 달간 가족과 미국 여행을 다녀오며 재충전을 했다. 홍 감독은 "그동안 미국에 가면 한 곳에 머무르곤 했는데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대로 여행을 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지난 4일 귀국한 이후 다시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6일에는 클래식 패션 브랜드 화보 촬영을 한데 이어 7일에는 김봉수 코치의 골키퍼 클리닉 오픈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오랜만의 만남에도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당일 오후에 또 다른 스케줄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9일에는 모교인 고려대학교에서 초청 강연을 하는 등 여전히 쉴 틈이 없다. 홍 감독은 "일단 12월에 있을 자선경기까지 일정을 소화하며 동시에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면서도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김태영 코치는 가장 먼저 '백수'에서 벗어난 김봉수 코치가 부러운 듯 하다. 김 코치는 "나는 백수인데 김봉수 코치가 먼저 직업을 정했으니 나중에 밥이나 얻어 먹어야 겠다"면서 "나는 아직 휴식을 취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어디서 뭐 하냐고 물어보면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라고만 대답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 2개월은 가장의 역할에 충실했던 시간. 소소한 삶의 재미에 푹빠져 있었다. "요즘 애들 학교와 학원에 데려다주는 재미로 살고 있다. 딸이 발레를 해서 바쁘지만 시간 내서 꼭 가족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연말까지는 휴식을 취하며 향후 진로를 결정할 예정. 협회든 프로팀이든 그를 필요로하는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의 막내 박건하 코치 "나도 내가 어찌될 지 모르겠다"면서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는 일본에 머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통역 조광수씨는 "최근 일본 프로팀을 비롯해 여러곳에서 오퍼를 받고 고민중인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신화의 기억을 품은 이들이 어떤 인생 스토리를 새로 써 내려갈지 2013년 그라운드에 관심이 모아질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