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최만희 감독의 격정토로, 광주 단장 맹비난

기사입력 2012-12-02 11:51


최만희 감독(오른쪽).

K-리그 30년 역사상 최초로 2부 리그 강등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은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했다. 1일 최만희 광주 감독(56)이 올시즌 K-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자진사퇴했다. "K-리그에 처음 도입된 승강제에서 2부 리그 강등을 피하지 못한 것은 부덕의 소치다." 최 감독의 사퇴의 변이었다. 지난 28일 결단을 내렸다. 대구에 0대2로 패해 광주의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된 뒤였다. 최 감독은 "강등 전까지는 긴장을 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그냥 그렇더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강등을 당해야 했다. 한참 배우고 있는 후배들보다는 차라리 내가 먼저 받는 게 낫지 않나 싶더라"고 말했다.

가혹한 시즌이었다. 최 감독은 강등 스트레스로 탈모가 빠르게 진행됐다. 최 감독은 "스플릿 시스템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피부로 통감한다. 우리 프로 선수들도 그런 자극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떠나는 마당이라 아쉬울 것이 없었다. 최 감독은 준비해온 종이 한 장을 펼치더니 거침없이 읽어내려갔다. 격정토로였다. 구단 내부에 산적한 문제를 세상에 드러냈다. 비난의 화살은 박병모 광주 단장 쪽으로 향했다. 최 감독은 "최근 나와 박 단장의 불화설이 나왔다. 난 축구 감독일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단장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단장과 구단이 존재하는 목적이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불화는 절대 소문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맹비난은 이어졌다. "단장은 현장(선수단)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령, 선수들이 제대로 먹어야 훈련을 하는데 일반인들과 같은 밥을 먹게 했다. 우리는 전용 식당이 없다보니 숙소 옆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먹기에는 빈약하다 보니 좀 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국 개선의 노력은 없었다. 광주시가 지난 2달 동안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열악했던 환경 개선 문제도 되짚었다. 최 감독은 "과거 숙소가 공무원 교육원이었다.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도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런 것을 방치한 사람이 단장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인 1실로 숙소를 옮긴 후에는 여름이 문제였다. 38도의 무더위 속에서 선수들이 힘들게 지냈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단장은 숙소 변경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훈련장은 물론 숙소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용품 지급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올해 3월 4일 시즌에 들어가야 하는데 장비를 주지 않았다. 그 사실을 4월에서야 알게 됐다. 축구화를 줘야 축구를 하는데 지급이 되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한 켤레라도 지급을 해서 뛸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용품 회사에서 선수들을 쓰라고 물건을 줬는데 선수들을 주지 않고 다른 곳에 주는 일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최 감독은 평소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내내 격양된 목소리였다. 지난 2년간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는 듯했다. 최 감독의 폭탄 발언은 계속됐다. 최 감독은 "슈바가 부상을 당해 기용하지 못하다가 서울전에 마지막 기회를 주려했다. 그러나 박 단장이 슈바를 '쓰지도 못하는 선수'라며 내보내라고 했다. 경기에 출전을 시켜야 하는데 단장이 보내라고 해서 결국 내보냈다. 선수 상황에 대해서는 감독에게 문의를 해야 하는데 단장 마음대로 진행했다. 현재 슈바는 구단을 FIFA에 제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시즌 광주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했던 박병주와 허재원의 제주 이적에 대해서도 혀를 찼다. 최 감독은 "(단장에게) 올해부터 강등제를 실시한다고 사정을 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돈이 없어 보내는건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연봉을 최대한으로 깎아서 구단에 도움을 줬는데 끝내 선수들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박병주와 허재원은 우리가 주기로 했던 돈의 2배를 받고 제주로 떠났다. 때문에 계약과 관련한 팀장도 사표를 내고 구단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선수 수급도 마찬가지였다. 최 감독은 김병석(대전)을 여름 한 달 동안 테스트를 해 계약을 맺기로 했다. 선수 몸값도 팀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으로 낮췄다. 최 감독은 김병석이 잠시 뛰었던 사간도스의 윤정환 감독을 만나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선수 아버지와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박 단장은 사인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최 감독에게 돌아온 대답은 '영입은 없다'였다. 최 감독은 김병석을 대전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병석은 18경기에 출전, 4골을 터뜨리며 대전의 잔류에 힘을 보탰다. 최 감독은 "단장이라는 사람이 윤정환 감독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구했다. 도대체 단장이 윤 감독한테 전화해서 뭘 해보겠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외국인선수도 그렇다. 복이에게 물어 괜찮은 외국인선수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한 선수가 자비로 비행기표를 사서 한국에 왔다. 훈련을 같이 했는데 괜찮아서 계약을 하려 했지만 결국 거부당했다. 김병석도 잡지 못했는데 가능할 리 없었다. 복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은 올시즌 선수 이적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울렸다. 내년 선수구성에 대한 부분을 전혀 코칭스태프와 논의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구단의 한 관계자는 10월부터 선수들을 팔려고 돌아다녔다. 어떻게 된 게 감독과 일언반구 하나없이 진행됐다. 어느 팀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광주 선수들이 이적때문에 요동치고 있다고 했다. 성적도 잘 나오지 않던 시점이라 미치는 줄 알았다. 선수들에게는 '시즌이 끝나고 이적하자. 좋은 결과내서 좋은 무대로 가는 걸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모함도 제기했다. 최 감독은 "어느 날 팬들에게 전화가 왔다. 구단에서 '감독을 경질하라'고 게시판에 글을 쓰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구단관계자가 나에게 말했다. 팬들이 잘 따라오지 않자 이번에는 시청 게시판에 '감독을 경질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때만 해도 '팀 성적이 나쁘면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단 사람이 돼서 팀을 잘 이끌지는 못하고 어린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행동을 계속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감독은 마지막 발언으로 폭로의 방점을 찍었다. 최 감독은 "시민구단은 구단주인 시장이 모든 것을 다 챙길 수 없다. 그만큼 임명을 받은 수장이 잘해야 한다. 일례로 김재하 대구FC 사장은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잘 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일하고자 하는 열정이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팬들에게 줄 차 11대를 경품으로 얻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 단장은 운동장이 없어 훈련을 못한다는 말에 '없으면 맨땅에서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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