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開口]6명 짜른 구단들, "선택의 책임은 어디로 실종?"

최종수정 2012-12-06 09:47


"안주하는 삶은 미래가 없다. 축구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마지막'이란 말을 썼다. 김인완 신임 대전 감독의 취임사다. 비장감이 느껴진다. 김 감독은 유상철 감독의 후임이다.

"창단 10년이 넘었다. 이제 신생팀 티를 떨쳐내고 더 도약하는 팀을 만들겠다."

대구의 새사령탑 당성증 감독은 '도약'을 외쳤다. 새출발인 만큼 의욕이 넘칠 것이다. 이제 지도자로 출발선에 선 두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년시즌, 좋은 축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올해 참 많이들 '짤렸다.' 5명의 감독이 경질됐다. 광주 최만희 감독은 사의표명을 한 상황이다. 합치면 6명이나 된다.

시즌 초, 천하의 허정무 감독이 먼저 '짤렸다.' 7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었다. 무슨 급한 내부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외부적으로는 성적부진이 이유였다. 7월에는 강원 김상호 감독이 경질됐다. 8월에는 전남 정해성 감독이 지휘봉을 놓았다. 그리고 시즌 막판, 유상철 감독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구는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내보냈다. 재정적인 이유였다.

'파리목숨'이 따로 없다. '정년(계약기간)'을 채우기가 버겁다. 성적이, 구단의 조급함이 가만 두질 않는다. 축구 뿐 아니다. 어느 프로스포츠나 마찬가지다. 과거에 아무리 잘했어도 소용없다. 지금 못하면 그만이다. '성적지상주의'다.

그나만 이 정도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세계적 명문구단 첼시를 한번 보자. 얼마전 디 마테오 감독이 경질됐다. 바통을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얼마나 버틸 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그렇게 해왔다. 구단 인수후 바뀐 감독이 8명이다. 그중 7명이 경질됐다. 2000년 9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았다. 이어 주세 무리뉴 감독이 왔다. 리그 2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구단주 '등쌀'을 견디지 못했다. 경질형식으로 팀을 떠났다. 이후 몇명이 자리바꿈을 했다. 2008년에는 세계적 명장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취임했다. 7개월만에 '짤렸다.' 뒤를 이은 감독이 거스 히딩크다. 당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겸임했다. 그리고는 FA컵 우승을 한 뒤 떠났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유일하게 짤리지 않은 감독이다. 단 재임기간은 3개월 정도였다.

이러니 감독자리는 가시방석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시즌 중에 울산 김호곤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한창 하던 중이었다. "아, 감독 하면 할수록 힘들어. 정답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할 때는 정말 '내가 이 일을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니까." 베테랑 감독도 스트레스에는 어쩔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때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 16개 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그렇다. 16개 밖에 없는 자리다. 대통령 다음으로 귀한 자리일 수 있다. 그만큼 대단한 위치다. 압박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성취감도 클 것이다. "아, 이 맛에 감독을 하는 구나"라고 하는 감독들도 많이 봤다.

여기서 잠깐. 구단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감독만 바꾸면 성적이 당장 오르는 건가?", "눈앞의 성적으로 모든 걸 평가해야 하는 건가?", "계약기간은 왜 두는 건가?", "구단의 선택인 만큼 믿고 기다릴수는 없는 건가?", "그렇다면 기다림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모든 책임이 감독에게만 있는 건가?" 이쯤되면 무엇을 말하는지 감이 왔을 것이다. 너무들 잔인하다. 프로구단의 존재이유가 성적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첫번째 선택은 구단이 했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있어야 한다.

보통 감독들이 새팀을 맡을 경우 3년을 본다고 한다. 선수와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1년. 전술을 맞추고 색깔을 입히는 데 1년. 그리고 본격적으로 본인의 축구를 펼치는 게 3년째라고 한다. 이 기간은 최소치다.

우리네 구단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감독의 색깔은 원치도 않는다. 당장 눈앞의 성적이 중요하다. 김인완 대전 감독의 계약기간은 '1년+1년 옵션'이다. 대구 당성증 감독도 마찬가지다. 내년 성적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감독은 급해진다. 색깔이고 뭐고 없다. 오직 이기는 게 목적이다. 무리수도 나오고, 보는 재미도 없다.

프로구단은 자신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닥공이든 철퇴축구든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구단 문화도 필요하다. 한두해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감독 혼자 꾸미는 것도 아니다. 구단과 함께 시간을 들여야 한다. 성적에 급급하면 당장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절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스포츠기자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보고 느낀 바다.

아무나 감독이 되는 게 아니다. 경륜과 실력, 인성, 머리 등 많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 그 중에서 뽑아쓰는 건 구단이다. 팀을 믿고 맡기려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면 믿어줘야 한다. 뭐,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적이란 잣대를 너무 들이대면 안된다. 앞서 말했지만 선택에도 책임이 따른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감독들의 색깔이 풍부하고, 보는 재미도 풍성한 그런 축구, 그런 프로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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