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슬슬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찾는다. 크리스마스 당일 머릿맡에 놓아둔 양말 속에 그 선물이 들어가 있기를 바라면서 기도한다.
산타클로스를 찾는 마음은 비단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약 6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48세 아저씨도 산타클로스를 찾아 나섰다. 이 아저씨는 평소 아쉬울 것이 없다. 돈도 많이 벌었다. 산타의 전유물인 하늘을 나는 썰매도 많이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썰매는 루돌프 사슴이 아닌 사람과 항공유가 끈다. 붉은 색칠이 인상적인 이 아저씨의 썰매에는 '에어아시아(Air Asi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아저씨는 말레이시아 출신 경영인이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퀸즈파크레인저스(QPR)를 소유하고 있는 토니 페르난데스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11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서 산타클로스에게 소원을 빌었다. 다른 것이 아니었다. 승점 3점이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오늘은 말레이시아의 휴일이다.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쇼핑을 왔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승점 3점이다. 헤헤헤'라는 글을 남겼다. QPR은 16라운드까지 7무9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16경기 무승이다. EPL역사상 개막 이후 최다 무승의 불명예다. 충격이었다. 올 시즌 시작 전 박지성을 비롯해 조제 보싱와, 에스테반 그라네로, 훌리우 세자르 등 스타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모두가 페르난데스 구단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예상도 하지 못한 결과에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마크 휴즈 감독을 경질하고 '강등권 탈출의 귀재' 해리 래드냅 감독을 데려왔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지금은 재앙이다. (최하위는)우리가 있을 곳이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노력을 믿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하자. 산타클로스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이른 선물을 주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산타클로스에게 기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QPR은 시끄럽다. 중앙 수비수 클린트 힐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돈을 아무데다 뿌리고 있다"며 "있는 선수들로 최고의 역량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힐은 제이미 매키, 숀 데리 등과 함께 QPR의 EPL승격과 잔류를 이끈 기존 멤버다. 힐의 발언은 사실상 박지성과 그라네로 등 올 시즌 영입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다. QPR이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대결로 팀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갈등을 조율해야 할 래드냅 감독은 은근히 기존 선수들의 편을 들고 있다. 래드냅 감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1명의 매키"라며 힐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래드냅 감독은 기존 멤버들을 중용했다. 기존 멤버들이 주축으로 나선 QPR은 최근 확 달라진 모습으로 1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매키 역시 "누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지금은 열정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새로 들어온 선수들을 직접 겨냥했다. 기존 선수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페르난데스 구단주로서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