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삼각관계다. 정인을 떠나보내기로 결심한 이는 쿨하게 이별을 인정한 반면, 원하던 정인을 마침내 품게 된 이는 오히려 뜸을 들이고 있다.
안익수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둘러싼 부산과 성남 구단의 '삼각관계' 이야기다. 양 구단의 대조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미 시즌 중 안 감독의 성남행 루머가 파다했다. 성남 고위층이 성남 출신으로 선수장악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사령탑으로 안 감독을 점찍었다는 소문이었다. 시즌 직후 소문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부산 구단와 안 감독은 진화에 나섰다. "사실무근이다. 4년 계약 중 2년이 남아있다. 내년에도 같이 간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신태용 성남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안 감독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은 '남의 감독 흔들기'에 노골적인 불쾌함을 표했다. 그랬던 부산이 며칠만에 표정을 바꿨다. 지난 9일 박규남 성남 단장과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회동한 직후다. 박 단장이 성남의 존립을 위해 안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했고, 정 총재는 고심끝에 K-리그 전체판을 살리는 대승적 차원에서 안 감독의 성남행을 허했다.
남은 2년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양구단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 정 총재는 "2년간 성남에 무상임대 갔다온다 생각하라"는 애정어린 말과 함께 안 감독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12일 밤 박 단장이 안 감독의 성남행을 직접 언급하면서 확정 보도가 흘러나왔다. 13일 오전 부산 구단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즉각 "안익수 감독을 어렵게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성남행과 관련 최고위층간의 교감 과정을 소상히 공개했다. 지난 2년간 부산을 이끌어온 안 감독의 거취와 관련, 팬들 사이에 떠돌던 근거없는 추측과 비난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아쉬움을 털어내고 곧바로 신임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4~5명의 후보군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번 주내로 감독 선임을 끝마칠 예정이다.
한편 '안 감독 모시기'에 공을 들여온 성남은 막상 최종단계에선 행보를 한템포 늦추는 모양새다. 성남의 차기감독을 '친절한 이웃' 부산이 먼저 인증해준 꼴이 됐다. 구단 관계자는 "부산의 발표가 성급했다. 아직 안 감독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만큼 최종 절차는 남은 것 아니냐. 하루이틀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부산이 안 감독의 성남행을 공식발표한 마당에, 정작 안 감독을 간절히 원했던 성남이 영입 발표를 미루는 묘한 상황이 됐다. 부산이 선수를 치며 오히려 쫓기는 입장에 처한 성남은 "우리 구단에도 절차와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내부적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독 사퇴, 선임 등 인선 작업은 가능한 신속하고 깔끔하게 이뤄져야 한다. 수개월간 루머로 떠돌던 일이 현실이 됐다. 불필요한 억측을 유발하는 상황은 모두에게 유쾌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