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정원 감독 "스마트 축구로 수원 혁신 이끌겠다"

최종수정 2012-12-20 08:22

◇수원 4대 감독으로 취임한 서정원 감독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서 감독은 스마트 축구로 수원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서 감독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아직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는게 이상하네요."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42)의 말이다.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 수원에서 달고 있던 타이틀은 코치였다. 세상이 바뀌었다.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수원 4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서 감독의 발걸음은 무겁다. 무너진 자존심과 빼앗긴 타이틀을 되찾아야 하는 사명을 안았다. 서 감독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격언을 마음 속에 품고 2013년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할 뻔 한 사연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독일로 건너가 바이에른 뮌헨 선수단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뮌헨의 훈련 및 경기 등을 참관하고 공부를 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울리히 회네스 뮌헨 회장과 칼하인츠 루메니게 부사장 모두 승낙을 했다. 준비 절차를 모두 마치고 출국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수원의 제의가 없었다면 지금쯤 '할아버지'와 함께 독일에서 한창 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은사'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87)과의 인연이 작용했다. 1991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크라머 감독은 서정원과 줄곧 관계를 맺으면서 큰 도움을 줬다. 1998년 스트라스부르(프랑스), 2005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이적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보훔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것도 크라머 감독의 도움 덕분이었다. 뮌헨 합류 역시 자문역을 맡고 있는 크라머 감독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서 감독은 크라머 감독을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현역 시절부터 그랬다.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고 색다른 훈련을 진행하다보니 모든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다. 스스럼 없이 할아버지라고 부르게 됐다." 서 감독은 "1991년 처음 뵌 뒤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축구를 다시 보게 해 주신 분"이라면서 "크라머 감독을 보고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나도 수원에서 크라머 감독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21일 독일로 출국해 크라머 감독과 만나는 서 감독은 "감독 부임 사실을 전해듣고 뛸 듯이 기뻐하셨다고 한다. 지도자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수원의 새 브랜드 '스마트 축구'

2012년 K-리그에는 어느 해보다 브랜드가 넘쳐났다. 정상에 오른 FC서울의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부터 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 울산 현대의 철퇴축구 등이 대표적이다. 서 감독이 찾은 수원의 2013년 브랜드는 '스마트 축구'다. 상대보다 먼저 생각하고 활로를 개척해 간다는 것이다. 1년 간 수원 수석코치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답이다. 서 감독은 "올해 수원은 팬들 입장에서 많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원과 경기를 하는 팀들은 기본적으로 수비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우리는 답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상대보다 빨리 생각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면 모든 것을 잘 이룰 수 있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고집만 부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맵시가 살지 않는다. 차분하게 퍼즐을 맞추는 심정으로 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서 감독의 선임을 바라보는 눈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낸 뒤 꾸준히 경험을 쌓아 온 그의 역량이 수원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반면, 우승이 지상과제인 수원이라는 거대한 배를 너무 일찍 모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많다. 현역시절 수원의 레전드였지만, 지도자로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서 감독은 겸허히 받아 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잘 해낼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알지만, 나는 자신이 있다"며 "1년 간 수석코치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나 의욕 모두 잘 알고 있고 신뢰감도 쌓였다. 내가 추구하는 바를 잘 이뤄가며 선입견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전 부담? 오히려 즐겁다

서 감독의 선임으로 K-리그 슈퍼매치는 더욱 풍성해졌다. 안양LG(현 서울)에서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던 서 감독은 복귀 조건을 깨고 수원으로 이적했다. 안양 팬들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선수 서정원을 보고 '유니폼 화형식'까지 치를 정도로 떠들썩 했다. 슈퍼매치의 초석이 된 사건이었다. 서 감독의 선임 소식이 전해진 뒤 양 팀 팬들은 이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현역시절 안양과 A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최용수 서울 감독과의 맞대결까지 흥미진진한 구도가 기다리고 있다. 충분히 부담이 될 만한 여건들이다. 그러나 서 감독은 오히려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현역시절부터 큰 경기에 강했다." 도쿄대첩으로 기억되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일전, 1994년 미국월드컵 스페인전의 극적인 동점골 등 영광의 순간에서 얻은 자신감이다. 그는 "관중이 꽉 차는 경기에서 자신감이 생기더라. 준비만 잘 하면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은 뭔가 할 것 같은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면서 "지도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서울과 같은 강팀과 맞붙는 경기가 더 흥분된다. K-리그에 새로운 흥행카드가 생긴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가슴 한 켠의 승부욕은 숨기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서 감독은 "올 시즌 자존심 상한 결과를 많이 받았다. 선수들에게 '우리에겐 빚이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올 시즌 전북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포항에 굴욕적인 결과를 당하기도 했고, 우승은 서울에 넘겨줬다. 이들을 모두 꺾고 싶다"고 다짐했다. 승부사 서정원의 2013년은 이미 시작됐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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