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칼을 꺼내들었다.
축구협회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이미 예견된 충돌이었지만 브레이크는 없었다. 축구협회는 한국인 코치와는 흥정을 했고, 브라질 코치와의 소송에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직원에게 퇴직위로금 1억5000만원이 아깝지 않았지만 '괘씸죄'에 걸리면 계약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
축구협회도 절차상의 하자를 시인할 만큼 조 감독의 경질은 졸속 행정이었다.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올초 한국인 코치들에게 7개월이 아닌 4개월치 월급밖에 못 준다고 했다. 그 사이 코치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박태하 코치는 서울, 서정원 코치는 수원, 김현태 코치는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자리를 찾든, 못 찾든 계약을 파기한 축구협회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코치들은 소속팀에 걱정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합의했다.
반면 수장인 조 감독은 논외였다. 행정을 총괄하는 김주성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조 감독을 만나 4개월치 월급만 받으면 안되겠느냐고 설득하다 면박을 당했다. 김 총장은 현역시절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린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조 감독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한 번 눈밖에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축구협회의 생리였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듯 같은 축구인들을 향한 칼끝은 더 예리했다.
1년 예산이 100억원도 안되는 시민구단들도 감독을 경질하면 잔여연봉을 지급한다. 축구협회의 연간 예산은 약 1000억원이다. 조 감독은 "서로 이해하고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선례가 되면 안된다. 축구협회의 악습이 반복되면 지도자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후배 지도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법적 조치는 불가피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